최근 은행들이 정규직 위주로 인력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대리급 이하 직원의 경우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많아지는 역전현상이 금명간 벌어질 전망이다. 은행권 일각에서는 비정규직이 정규직을 이미 추월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현재 은행권 전체(시중+지방은행)의 비정규직 인원은 2만7,522명으로 일반행원(대리급이하 정규직·2만9,004명)보다 불과 1,500명 가량 적은 상태. 비정규직 인원은 지난 2001년의 2만1,741명보다 26.59%나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전체 인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4.1%에서 28.7%로 급증했다. 반면, 일반행원 숫자는 2001년 3만4,241명보다 15.29% 감소했으며 비중도 38%에서 30.3%로 축소됐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정규직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잇따르고 있어 양쪽의 격차는 크게 좁혀졌거나 이미 뒤집혔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올들어서만 해도 국민은행은 정규직 1,800명을 감원했으며 조흥은행은 400여명에게 희망퇴직 신청서를 받았다. 우리은행도 사실상의 희망퇴직인 ‘전직 지원제도’를 통해 100명 이상을 감원할 예정이다. 구조조정 대상은 주로 책임자급(과장급) 이상이지만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한 승진대상은 대부분 일반행원이어서 정규직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 은행들이 요즘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을 훨씬 활발하게 채용하고 있어 비정규직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신한은행은 다음달 6일까지 텔레마케터 40명을 채용하기로 했으며 우리은행도 창구업무를 전담할 100명 정도의 계약직 직원 채용 절차를 25일까지 진행한다. 국민은행도 사무직 직원들을 계약직으로 채용한다. 그밖의 은행에서도 별도의 공고 없이 수시로 비정규직 채용이 이뤄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은행권이 신입 행원을 예상보다 많이 뽑았으나 비정규직 증가 속도는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라며 "증가 속도를 감안할 때 비정규직 숫자는 지난 연말 이미 3만명을 넘어 행원 숫자를 추월했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권에서는 은행들이 비용절감 위주의 비정규직 채용 관행을 재고할 시기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건범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정규직의 경우 장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데다가 업무 측면에서도 동기부여가 부족하다"며 "비정규직 비중이 계속 높아질 경우 장기적으로 생산성 측면에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고객 입장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려운 점이나, 비정규직의 고용안정 문제 등 근본적인 문제점들도 빼놓을 수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도 "지난해 은행들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낸 만큼 앞으로는 비용절감보다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춰 인력을 운용하는 게 옳을 것"이라며 "그러나 현실적으로 당장 정규직 채용을 급격히 늘린다거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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