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메아리] 평준화 해제하려면

입력
2005.02.25 00:00
0 0

올해도 어김없이 대입 정시모집 등록에서 합격자들의 대이동이 재연됐다. 지방대에서 수도권대학으로, 수도권대학에서 서울지역 대학으로, 서울지역 대학에서도 상위권 대학으로 연쇄적으로 간판을 교체했다. 또 하나의 흐름은 기초학문에서 응용학문 학부로, 그리고 다시 법대와 의대로 전공을 바꾼 것이다.

가을에 곡식을 찾아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메뚜기를 연상케 하는 행렬이 매년 반복되는 건 명문대와 법·의대를 가야 부와 권력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당연하달 수 있는 이런 풍토는 과열 입시경쟁과 천문학적인 사교육비, 인성교육 부재, 기초학문 기피, 국가경쟁력 약화를 초래한다.

뿌리 깊은 학벌주의가 지배하는 우리 사회에서 해결책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오죽하면 서울대 폐지론과 대학평준화 제안까지 나오겠는가. 보다 현실적인 방안으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의·치학전문대학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변호사를 배출하는 로스쿨이 2008년 설립되면 해당 대학에는 학부를 둘 수 없게 된다. 서울대에 로스쿨이 설치되면 서울대 법대는 사라지는 것이다. 입학자격은 전공에 관계없이 학사학위 소지 이상이면 된다. 선발기준은 학부성적과 어학능력, 사회활동 경력 등이다. 법학과 출신에게 가산점은 없고, 오히려 합격자중 법대 출신은 일정 비율로 제한된다. 이렇게 되면 대입 판도에 엄청난 변화가 불가피하다. 주요대 법대가 사라지므로 상위권 수험생들은 다른 학부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법대가 남아있는 대학도 외면당할 것이다. 변호사와 판·검사가 되려면 적성에 맞는 곳에 들어가 학점을 잘 맞는 게 훨씬 수월한 까닭이다.

로스쿨 정원은 또 다른 변수다. 변호사단체에서는 현재의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기준으로 1,200명 안팎을 거론하고 있다. 반면 법학계에서는 법률 서비스 향상과 대학들의 반발을 고려해 2,000~3,000명 선으로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입시 과열 해소 측면에서도 로스쿨 정원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 변호사 수가 대폭 늘어나면 소득과 권력의 보장이 쉽지 않고 이는 결국 입시경쟁 완화로 이어질 게 당연하다.

의학 및 치의학전문대학원에 거는 기대도 다르지 않다. 의사가 되려면 고교 졸업 후 바로 의예과로 진학해야 했으나 이제는 학과에 상관없이 학부과정을 마치고 전문대학원에 들어가도 된다. 전국 41개 의대 가운데 10개, 11개 치대 중 6개가 올해 처음으로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했다. 일부는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면서 의예과를 폐지했고, 나머지는 의예과와 전문대학원에서 절반씩 모집했다. 당장 이번 입시에서 효과가 나타났다. 생물학, 생명과학, 자연과학 등 의·치학전문대학원 관련 학과 경쟁률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미약하지만 이공계 기피현상이 완화하는 조짐을 보인 것은 긍정적이다. 의대 집중 해소를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서울대와 연·고대 등 주요대학이 조속히 전문대학원 체제로 개편해야 한다. 전문대학원이 설치된 대학은 의예과를 의무적으로 없애도록 하고, 전문대학원의 정원을 점진적으로 늘려야 한다.

지금 프랑스에서는 대입제도 개편을 추진 중이고 일본과 미국, 독일도 학력중시 교육으로 유턴하는 등 선진국에 학력경쟁이 불붙고 있다. 평등보다는 경쟁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가 교육계를 뒤덮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학은 산업’이라는 발언과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의 교육부총리 임명은 우리 교육계에도 신자유주의 기조가 확산될 것임을 예고한다. 이들이 겨냥하는 궁극적인 과녁은 고교평준화해제와 대입 본고사 부활이다. 정부는 시기상조라는 답변을 되풀이하고 있으나 마냥 꿀단지처럼 껴 안고 있을 수는 없다. 그 시점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지만 로스쿨과 의·치학전문대학원의 성공은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 분명하다. 평준화가 해제되려면 전문대학원이 활성화해야 한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