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들이 보고서를 내기 전 기관투자가 등에게 중요 정보를 사전 제공한다는 세간의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한국증권학회에 제출된 논문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이 특정 종목에 대한 목표주가를 높이기 20일 전부터 이미 그 종목 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계 증권사들도 특정 종목에 대한 긍정적인 보고서가 발표되기 전부터 외국인 고객들이 해당 종목의 지분을 늘리는 경우가 많아 사전 정보유출 의혹을 사고 있다. 특히 그룹사에 속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그룹 계열사들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담긴 보고서를 거의 작성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26일 서울 여의도 증권업협회 빌딩에서 열리는 한국증권학회 세미나에서 발표된다.
중앙대 경영학부 김동순 교수팀은 ‘국내외 애널리스트들의 투자의견 및 목표주가 변경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 분석’이라는 논문에서 2001년 7월~2004년 6월 국내외 애널리스트들이 84개 비금융 법인에 대해 발표한 투자의견 및 목표주가 변경 보고서 1만2,312건을 분석한 결과, 목표주가 변경 보고서 발표 20일 전부터 해당 종목 주가가 올라 시장 평균에 비해 4~6%의 비정상 초과수익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막상 보고서가 발표된 뒤에는 주가에 거의 변화가 없었다"며 "애널리스트들이 목표주가 변경 자료를 공표하기 3주 전부터 주가가 이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아, 정보의 사전유출 현상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특정 사건이 발생해 애널리스트들이 급히 투자의견을 바꾼 경우에는 보고서가 나오기 전까지 주가에 큰 변화가 없다가 보고서 발표 이후에야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팀은 또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목표주가를 올리는 경우 사전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해당 종목을 지속적으로 순매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김 교수는 "외국계 증권사의 목표주가 상향 보고서 발표 20일 전부터 발표 후 5일까지 25일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분율은 평균 3.49% 증가했다"며 "목표주가 변경 정보가 사전 유출됨으로써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리 주식을 순매수해 초과수익률을 올리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룹사에 속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은 그룹 계열사에 대해 부정적 보고서를 거의 내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고려대 경영학과 박경서 교수와 경희대 자산관리학과 조용대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그룹에 속한 증권사들이 계열사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제시한 경우는 4년 반 동안 겨우 2회(전체의 0.2%)에 불과했다. 반면 비계열사에 대해 발표한 부정적 보고서는 740건(3.8%)이나 됐다.
반면 그룹소속 증권사의 계열사에 대한 긍정적 투자의견은 중립적 투자의견에 비해 1.7배나 많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연구결과는 국내외 애널리스트들의 도덕성과 신뢰성이 기대 이하 임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금융당국의 철저한 감독과 함께 제도적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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