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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맛있는 주말-박재은의 음식이야기-달콤한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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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맛있는 주말-박재은의 음식이야기-달콤한 시절

입력
2005.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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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sweet)라는 단어는 비단 ‘단맛’을 표현하는 경우가 아니어도 다양하게 쓰인다. 특히 50, 60년대의 흑백 영화를 보면 자주 등장하는 대사가 있는데, 바로 “달링, 유 아 스위트(Darling, you are sweet)", 우리말로 풀자면 당신은 정말 사랑스럽다는 말이다. 스위트 식스틴(sweet sixteen)이라는 표현도 있다.

우리식으로는 ‘꽃다운 나이 16세’정도로 번역 된다. 이렇게 ‘스위트’라는 달콤한 단어는 인생에 있어서 가장 좋은 순간, 가장 절정인 순간을 표현할 때 곧잘 쓰이는데. 무언가 축하할 일이 있으면 의례 달콤한 케이크부터 등장하는 것만 보아도 행복에 빠진 순간과 단맛 사이에는 특별한 그 무엇이 있는 것 같다.

쓴맛 짠맛 보게 되는 인생살이 가운데 ‘단맛’이었다고 회상할 만한 순간들이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아니면, 깨닫지 못하고 지나치는 지금 이 순간이 당신의 가장 달콤한 순간일지도 모를 일이고.

◆ 꿀 팬케이크

‘꿀’을 뜻하는 영어 허니(honey)는 연인이나 애인을 부르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주변에서 아무리 놀려대도 아랑곳 않고 서로 ‘허니, 허니’ 부르는 시절은 대게 연애의 초창기뿐일 터이다.

세월이 지나면 빛이 바래고 향이 날아가는 꿀처럼, 달고 질척했던 사랑도 시간이 가면 묽고 담백해 지는 것인가. 결혼 20, 30년 차의 부부들이 ‘허니’ 애칭을 쓰는 경우를 이제껏 본 적이 없는 나의 경험상 하는 말이다.

서로가 달콤하다고 느껴본 지가 아득한 이들에게 오늘의 메뉴를 권한다. 시중에 파는 팬케이크 가루로 쉽게 만들 수 있으며, 출출한 간식 시간에 혹은 느긋한 주말 아침메뉴로 적당하니 한번 시도 해 보자.

요 맛의 주인공은 바로 ‘꿀’인데, 한 스푼 첨가 되어 농도와 향을 돋운다. 여기에 밤이나 사과처럼 씹는 맛이 있는 재료 한두 가지와 슬쩍 뿌려지는 계피 가루는 ‘그 밥에 그 나물’로 무뎌져 있던 미각을, 사랑의 감정을 건드려 줄 수도 있겠다. 반죽에 밤이나 대추를 많이 섞어서 도톰하게 부치면 꿀을 찍어먹기 좋고, 남은 과일 끄트머리를 모아뒀다가 반죽에 넣으면 친구들을 초대한 티타임에 어울린다.

일요일 아침에 기껏 마련한 별식을 두고 “밥 안줘?”하고 남편이 딴청 할 것이라 걱정부터 하는 주부님들! 정성껏 우린 모닝커피나 차를 곁들여 “허니, 허니를 위한 허니 팬케이크야.”하고 맞딴청을 피워 보자. 몇 주 후에는 의례 주말 아침의 꿀 같은 별식을 기다려 줄지도 모를 일이다. 자고로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 했고, 사랑은 서로를 자극하는 끝없는 노력의 결실이라 했다.

◆ 초콜릿 무스

초콜릿의 성분 중에는 ‘사랑할 때’와 비슷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몇 요소가 있다. 나를 살짝 흥분 시키는 카페인이나 ‘항우울 성분’이라 할 만한 페닐에칠아민은 초콜릿이 고대로부터 ‘사랑의 묘약’이라 여겨져 온 명성을 뒷받침 해준다.

전후 이탈리아 밤거리의 여인들은 초콜릿과 커피가 반반씩 섞여서 크림과 범벅된 티라미스라는 디저트를 한 접시씩 먹고서야 출근(?)했다고 한다.

티라미스라는 디저트는 ‘티라 미 수오’, 즉 ‘나를 위로 끌어 올린다’라는 주술적인 원뜻을 가진 단 맛의 음식이다. 또, 카사노바가 애용(?)했다는 비장의 무기 ‘핫 초콜릿’은 말 그대로 뜨겁게 중탕해 가며 초콜릿을 녹여낸 음료인데, 그 진하고 달콤쌉쌀한 맛은 미감 뿐 아니라 온 감각을 따뜻이 깨워주는데 특효였을 터이다.

프랑스에서는 데이트 할 때 초콜릿 무스가 식탁에 종종 오른다. 단맛으로 마무리 해야만 완성되는 그네들의 식사 습관상 디저트야 어떤 경우에도 먹기 마련이지만, 초콜릿 무스라는 디저트는 그야말로 ‘아무나’와 나눠먹는 메뉴가 아닌 것이? 진하게 녹여낸 초콜릿에 크림을 섞어서 부드럽게 만든 이 맛은 꼬냑 혹은 브랜디 같은 식후주(食後酒)와도 잘 어울리니, 대화가 끝없이 이어지는 데이트의 달콤한 조력자로 제격인 것이다.

케이크 집을 지나다 보면 형형색색의 디저트가 유혹하곤 한다. 산딸기가 들어간 생크림 케이크, 커스터드를 넣은 슈크림, 아몬드를 넣은 빵 한 조각 등에 발걸음이 멈춰버린다.

그래도, 디저트만 평생 먹고는 살 수 없을 것이다. 매운 김치찌개나 쌉쌀한 녹차를 맛본 후라면 반갑겠지만, 삼시 세끼마다 저 달콤함으로 입안을 메운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고문이다.

쓴맛도, 짠맛도 다 보며 살기에 그 가운데 찾아오는 단맛이 기억에 남는 것이라는 말이다. 여러분의 단맛은 어느 시절에 있었나? 명문 학교에 입학했던 그 해? 15년째 같이 살고 있는 부인을 처음 본 그 봄? 첫 월급에 우쭐했던 젊은 그 날? 안타깝게 떠나버린 어느 여배우를 추모하며 나의 단맛은 바로 지금 이순간일 것이라고 기운을 내어 본다.

<꿀 팬케이크>

꿀 1큰 술, 달걀 2개, 물 2/3컵, 사과나 밤 50g, 버터 100g, 팬케이크 가루 300g, 계피가루 약간, 소금 약간, 설탕1큰술.

1. 팬에 버터를 달구어 한입 크기로 썬 사과나 밤을 볶다가 소금, 설탕, 계피가루를 넣고 불에서 내린다.

2.물과 달걀을 풀고 꿀과 소금을 약간 넣은 다음 팬케이크 가루와 1을 넣고 섞는다.

3.버터를 녹인 뜨거운 팬에 2를 한 국자씩 부어가며 부쳐낸다.

*1은 반죽에 섞지 않고 따로 곁들여도 예쁘다.

<초콜릿 무스>

다크 초콜릿 200g, 휘핑크림 100g.

1. 다크 초콜릿을 중탕으로 녹인다.

2. 1을 완전히 식힌다.

3. 휘핑크림을 단단히 거품을 올린 후 2와 섞어서 냉장보관.

*딸기나 바나나를 한 조각씩 올리면 좋다.

푸드채널 ‘레드쿡 다이어리’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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