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과 교감, 교사들이 학부모들로부터 돈을 받고 조직적으로 내신성적을 조작해 준 사실이 드러났다. 서강대 입학처장은 아들에게 논술 모범답안을 건네준 것이 검찰 조사에서 밝혀져 총장과 보직교수 전원이 사의를 표명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수능 부정과 강남의 사립고 내신 부정사건에 이어 우리 교육현장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사례들이다.
경찰 수사에서 밝혀진 고교 내신조작 사건은 상상을 초월한다. 우선 관련자만도 교사 7명, 학부모 3명에 과외교사까지 11명에 이른다. 교장은 학부모회 간부로부터 돈을 받고 교사들에게 성적조작을 강요했는가 하면, 교감은 내신을 올려주기 위해 학생에게 엉터리로 표창장을 수여했다. 교무부장은 시험문제와 답안지를 과외교사를 통해 학생들에게 유출하기도 했다. 마치 조직적 범죄집단에서 볼 수 있는 방법이 동원된 비리 복마전이다. 게다가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은 성적조작 사실을 확인하고도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교장에게 자체 징계토록 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한마디로 교장-교사-학부모-교육청이 얽히고 설켜 총체적인 ‘내신 비리사슬’을 형성한 것이다.
서강대 입시부정도 입학처장 외에 출제위원 교수가 가담한 조직적인 사건으로 드러나고 있다. 입학처장이 자신과 가까운 교수를 출제위원으로 선정한 뒤 미리 준비한 문제를 건넸고, 이 출제위원은 그대로 문제를 출제했다는 것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대학측으로서도 충분한 해명과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최근 잇따라 터지는 교육현장의 비리는 목표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회의 그릇된 관행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다. 학부모는 내 자식만 잘되면 무슨 짓이든 서슴지 않고, 교사는 금품 앞에서 자신의 본분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다. 특히 이런 행태는 ‘부모 백’이 배경으로 작용해 평범한 학부모들의 가슴을 멍들게 한다. 뿌리까지 썩은 교육계의 철저한 자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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