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교수의 아들 입시부정 의혹사건이 당사자인 김모(44) 전 입학처장과 출제위원 교수가 치밀한 사전 공모를 거쳐 저지른 것으로 확인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더구나 학교 당국은 김 전 처장의 아들이 이 대학에 지원하는 것을 알면서도 자녀 지원시 입학업무를 맡지 못하는 내규를 위반하면서까지 입학처장직을 연임시킨 것으로 드러나 이번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24일 검찰과 학교 당국에 따르면 김 전 입학처장은 자신이 재직 중인 경제학과에 아들을 입학시키기 위해 지난해 7월 평소 가깝게 지내던 국제대학원 임모 교수에게 수시 1학기 논술고사 인문·사회계열 출제위원직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출제위원은 입학처장이 임의로 선정할 수 있으나 통상 2명씩 선정하던 것을 김 전 처장은 입시부정을 염두에 두고 임 교수에게만 맡겼다.
김 전 처장은 임 교수가 출제를 위해 합숙에 들어가기 전 자신이 직접 만든 2가지 문제와 모범답안을 건넸고 결국 이 문제가 그대로 시험에 출제돼 김 전 처장의 아들은 만점을 받으면서 무난히 이 대학 경제학부에 합격했다.
임 교수는 검찰 조사에서 "김 교수가 거듭 부탁해 처음엔 거절했다가 친한 후배의 부탁이어서 결국 들어줬다"고 말했으며, 사건 일체를 부인하던 김 전 처장도 결국 이런 검찰 조사 끝에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교수는 입시부정 의혹이 드러나자 학교에 사표를 제출했으며 학교는 지난 19일자로 두 교수를 직위해제했다. 김 전 처장의 아들도 총장 직권으로 지난 주 입학등록이 취소됐다. 서울서부지검은 김 전 처장과 임 교수에 대해 이날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총장 등 보직교수 17명이 사퇴하게 된 이번 부정입학 사건은 고교등급제 파문이 한창이던 지난해 9월 전교조 인터넷 게시판에 ‘서강대 입학처장 비리사항’이란 제목의 글이 띄워지면서 불거졌다. 내신 성적이 중·하위권인 입학처장의 아들이 뛰어난 성적으로 합격했으며 영어논술은 2,600명 중 유일하게 만점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교육부는 감사를 통해 김 전 처장의 아들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했지만 이를 거부해 검찰 수사가 진행됐다.
안형영기자 ahn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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