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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 연예인으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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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 연예인으로 산다는 것

입력
2005.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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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개그맨이자 MC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과 술자리를 갖게 되었다. 소주잔을 주고받으며 나눈 대화는 ‘연예인으로서 산다는 것’의 고충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놀랍게도 연예인의 대부분이 조울증에 시달린다고 했다. 대중 앞에서 항상 자신의 감성을 200% 끌어올려야 하기에, 무대 위가 아닌 자리에서는 감정적 공황상태에 빠지기도 하고, 평소에도 일거수 일투족에 신경써야 하므로 평상심을 유지하며 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다음날 오후 영화배우 이은주씨에 관한 급보를 듣게 되었다. 심각한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그것이 그녀의 죽음에 대한 명확한 이유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그녀도 배우로서의 삶을 버거워했던 것 같다. 그녀의 소식을 접하며 떠올랐던 건 그간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으로 세상을 등진 수많은 배우들과 뮤지션들이었다.

자신만의 섬세한 감성을 연기로 승화해내며 한 시대를 대표했던 배우인 장궈룽(張國榮)은 홍콩 한 호텔 24층에서 몸을 던졌다. 1930년대 중국 최고 여배우 완령옥(院玲玉) 역시 스물 다섯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점, 작품에서 비극적 여주인공을 맡았다는 점에서 이은주와 비교되고 있다. 뮤지션들의 경우 자기 안의 감정적 소용돌이를 이겨내기 위해 술이나 약물에 의존하다가 결국 죽음을 택하기도 하는데,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과 엑스재팬의 히데, 70년대의 ‘3J(짐 모리슨, 제니스 조플린, 지미 핸드릭스)’가 대표적인 예다.

‘사람의 일생에서 그 끝이란, 죽음을 맞는 시점이 아니라 사람들에게서 잊혀질 때까지의 기간’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 면에서 배우 이은주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우리들 안에 살아있을 것이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길.

김양수 월간 페이퍼 기자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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