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부4처2청 등 49개 정부 기관이 충남 연기·공주로 이전할 경우 부처간 업무 효율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정부기관이 이전할 경우 정부의 업무는 서울 중앙청사, 연기·공주청사, 대전청사 등으로 3원화 해 운영된다.
연기ㆍ공주로의 부처 이전은 1983년부터 12년에 걸쳐 11개 부처가 들어선 과천청사 이전에 이어 두 번째로, 이전 규모는 비슷하지만 성격은 판이하다. 과천청사 이전은 수도권 이전분산 계획에 따른 단순한 물리적 이동에 불과했지만 이번 이전은 이격 거리가 멀 뿐 아니라 준 수도이전의 성격을 띠고 있어 파급 영향은 훨씬 크다.
행정부처가 서울과 충남으로 분리되면 적잖은 부작용이 예상된다. 우선 부처간 거리가 떨어져 유기적인 업무 교류 및 협의가 힘들어져 행정 효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행정중심 도시가 될 연기·공주는 서울에서 직선거리로 120㎞ 떨어져 있어 차량으로 소통이 원활할 경우에도 약 1시간 반에서 2시간이 소요된다. 지난해 개통한 고속철도를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결국 연기·공주에 있는 부처 직원들이 서울 청와대, 행자·법무·외교부 등 관계부처에 오려면 왕복하는 데에만 반나절 이상을 허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앞서 이전한 대전 청사의 경우를 살펴보면 행정부처 분산의 문제점을 예측할 수 있다. 대전청사에는 관세 조달 중기 특허 산림 병무 문화재 통계 철도(현재 철도공사) 등 9개 청이 내려가 있다.
이들 부처 직원은 이전 초기 중앙 정부와의 업무 협조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쟁점 사항은 얼굴을 맞대고 논의하는 대면 회의와 대면 결제 시스템 관행이 고착돼 있어 자주 서울 출장을 가곤 했다. 특히 예산이나 국회, 인사 등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수시로 서울 출장을 갔고, 그 관행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부처 지방 이전으로 가장 큰 애로를 겪는 공무원은 장·차관과 청장, 담당 국·실장급 고위 간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매주 열리는 국무회의, 경제조정회의, 관계부처 장관회의는 물론, 정기국회나 임시국회가 열릴 때면 서울에 올라와야 한다. 보통 장·차관 회의가 일주일에 2~3차례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일과의 절반은 서울에 올라와 있어야 한다는 계산이다.
재경부의 한 직원은 "국가 정책을 입안 하려면 관련 부처는 물론이고 청와대나 여당 관계자들에게 수시로 상황을 보고하고 이들과 상의해야 하기 때문에 거리가 떨어져 있으면 업무에 적잖은 지장을 받게 될 것"이라며 "특히 국정감사나 대정부 질문이 있을 때는 수시로 자료제공과 업무지원을 받아야 하는 데 거리가 멀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 경제 관료는 "치열한 국제 경쟁 시대에 행정부처를 나눠 놓는 것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세계 조류와도 역행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건교부와 국무조정실 등은 최근 화상회의 시설이 완비돼 있는 데다 이미 대다수 정부 문서 결제가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앞으로는 가급적 대면 회의는 줄이고 화상회의와 전자결제를 더욱 활성화해 낭비 요소를 줄여가겠다는 계획이다.
건교부의 한 간부는 "전자정부 시대에 부처간 거리가 문제되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며 "오히려 낙후된 충청지역 발전이 가속화해 국가 균형발전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말했다.
허택회기자 thheo@hk.co.kr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 서울‘대통령 정부’ 충청 ‘총리 정부'/ 분권형 국정 가속화
총리실과 경제 부처 등이 충남으로 이전하게 되면 서울에는 ‘대통령 정부’가, 연기·공주에는 ‘총리 정부’가 들어서게 된다. 행정부가 사실상 양분되기 때문에 형식과 내용 면에서 국정 운영 방식이 지금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우선 형식적으로는 분소 설치를 통한 서울-연기·공주 간 협력체제가 구축될 전망이다. 충남으로 이전하는 부처는 청와대, 국회와의 협조를 위해 서울에 분소를 둬야 하며 청와대도 분소나 제2 청와대를 현지에 마련해야 한다. 국무회의는 서울과 연기·공주에서 번갈아 열릴 것으로 보이며 왕복 4시간 거리로 인한 불편을 줄이기 위해 온라인 보고와 화상 회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내용적으로는 분권형 국정운영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은 서울에 남는 외교·안보 부처 및 법무·행자부를 직접 챙기고 연기·공주로 옮긴 부처의 통할권은 총리에게 위임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국정 운영은 대통령이 외교 안보와 장기 과제를 챙기고 총리는 단기적 경제정책 등 일상적 국정을 맡게 되는 분권형 방식이 될 전망이다. 현재 노무현 대통령의 분권 시스템은 중·장기 과제는 대통령이, 일상적 국정은 총리가 맡는 것이다. 따라서 부처 이전 후의 분권은 노 대통령의 분권 시스템과 대통령이 외치, 총리가 내치를 분담하는 이원집정부제를 혼합한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대목은 현 정부 임기 말에 공론화할 개헌 문제와 행정 부처 이전은 서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이다. 개헌이 이루어지고 4년 중임 대통령제, 이원집정부제, 내각제 중 어떤 체제가 채택되느냐에 따라 행정부처 이전 계획을 새로 짜야 할 상황도 생길 수 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 이르면 2007년 첫삽
행정도시 이전은 크게 ▦지구지정(2005년 5~6월) ▦토지 수용(2005년말) ▦착공(2007년) ▦아파트 분양(2009년 하반기) ▦행정부처 이전(2012~2030년)의 순서로 진행된다.
정부는 우선 내달 중 이전 부처 확정 등에 관한 정부 이전 계획을 공식 발표하고 행정도시 건설 추진단을 구성, 4월부터 올 연말까지 연기·공주 지역 매입대상 토지에 대한 감정과 보상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내년 1월에는 차관급을 청장으로 하는 ‘행정도시건설청’(가칭)을 발족해 향후 건설과정을 주관하도록 할 예정이다.
가장 큰 관심인 착공 시기는 여야간 이견으로 특별법에 담지 못했지만 이르면 2007년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갈 수 있을 전망이다. 착공은 행정 부처가 이전할 행정타운 및 시범주거단지부터 우선 이뤄진다. 행정부처와 각 산하 기관 등은 2012년부터 이전을 시작, 2030년까지 기관별로 순차적으로 옮기게 된다.
행정도시는 2020년까지 인구 30만명, 2030년까지 모두 50만명 가량을 수용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개발된다.
그러나 이 기간 중 정권이 5번이나 바뀌는 데다 공공기관 이전을 둘러싼 지방자치단체간의 이해 관계, 기관 소속 노조의 반대 등의 복병이 곳곳에서 도사리고 있어 계획대로 순탄히 추진될 지는 미지수다.
특히 수도권에 경제 기능이 집중된 현실을 외면한 채 경제부처가 대거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서울·수도권 공백은 물론 국민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행정도시 건설의 후속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태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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