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로서의 미래가 결코 어둡지 않다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한국일보사와 서울대 자연과학대, 한국과학문화재단이 공동주최하고 삼성전자가 협찬하는 ‘청소년을 위한 제12회 자연과학 공개강연’이 행사 마지막 날인 23일 2,500여명의 초·중·고교생과 학부모, 교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대 문화관 대강당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대강당 1, 2층의 객석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복도와 계단에까지 빼곡히 들어앉은 ‘과학 꿈나무’들은 강연내용을 한 마디라도 놓칠세라 귀를 쫑긋 세운 모습으로 강연을 경청했다.
정해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의 ‘적조, 오염인가 자원인가’로 시작된 이날 강연은 콘서트 공연장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 속에서 시종 흥겹게 진행됐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수첩에 강연내용을 꾹꾹 눌러 쓰던 이한수(12·수원시 천천초교 5년)군은 "적조생물이 의약품이나 천연색소 개발에도 이용된다"는 설명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과학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어 황우석 서울대 수의대 교수가 강단에 오르자 강연장 곳곳에서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다. ‘생명복제 기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강연한 황 교수는 "자연과학이 오늘처럼 관심을 받을 수 있으면 더없이 좋겠다"고 운을 뗀 뒤 간간이 농담을 섞어가며 장기이식용 돼지의 생산과정을 쉽고 간명하게 설명했다. 황 교수가 "여기 모인 학생 중 단 5명만이라도 과학에 푹 빠졌으면 좋겠다"며 "여러분의 양 어깨에 과학입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는 말로 강연을 마치자 장내는 순식간에 환호성과 박수갈채로 뒤덮였다.
서울 동북고 1년 한민희(17)군은 "황 교수님이 이룩하신 연구성과를 이어받는 게 우리의 할 일이라는 책임감이 들었다"며 "원래 공대를 지망했는데 이번 강연으로 자연과학에도 관심이 생겨 지망전공을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22일 새벽 친구 19명과 함께 KTX를 타고 상경한 하승희(17·김해여고 2년)양도 "TV로만 보던 유명한 분들을 실제로 뵙고 강의를 들으니 딱딱한 과학이 친근하게 느껴진다"며 즐거워했다.
특히 올해는 2003년 남극 세종기지에서 숨진 서울대 대학원생 고 전재규씨의 강원 영월고 후배 23명이 행사에 참석해 주목을 받았다. 영월고 2년 김성준(17)군은 "지방에서는 과학에 관심이 많아도 실제로 보고 접할 수 있는 자료나 정보가 극히 부족해 선뜻 진로를 정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이번 강연을 통해 과학자의 길을 가겠다는 결심을 더욱 굳히게 됐다"고 말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