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순 전 보도제작국 부장 내정으로 끝난 MBC 신임 사장 선임과정에서 엉뚱하게 유탄을 맞은 곳이 바로 EBS다. MBC 사장 공모에 추천된 고석만 사장이 16일 사표를 제출했다. 2003년 7월 공모를 통해 사장에 선임된 이래 1회 ‘EBS 국제 다큐페스티벌’을 개최하고 ‘문화사 시리즈’ ‘스페이스 공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의 제작을 진두 지휘하며 EBS의 위상을 높여온 CEO를 하루아침에 잃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MBC 드라마 PD 출신인 고석만 사장은 최종후보 3인에조차 들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EBS 조직원들의 상실감과 지상파 3사에 비해 재정과 기술·인력 규모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오래된 ‘설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7일 SBS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인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서 개그맨 문세윤이 EBS를 ‘이발소’의 약자라고 표현한 일이 일어났다. 이에 대해 EBS측은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다. 고석만 사장 사표제출 직후 EBS 구성원들의 감정이 격앙되어 있었을 뿐 아니라 SBS가 지상파 DMB 사업자 선정을 놓고 EBS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련의 사태로 인해 새삼스럽게 EBS의 정체성과 위상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 간의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EBS는 고석만 전 사장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한 봄 개편안을 23일 발표했다.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공영방송으로서 위상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온 기존의 방향을 유지한 것이 특징이다.
TV는 광복 특집 10부작 ‘한국 독립 운동사’를 비롯해 각종 인문 다큐멘터리를 방영하게 될 ‘EBS 스페셜’(오후 10시), 김민웅 교수가 진행을 맡은 토론 프로그램인 ‘생방송 토론카페’ 등을 신설했다. 또 FM 라디오는 국내외 시사 정보를 제공하는 ‘EBS 월드FM 손석춘입니다’와 청소년 문화 프로그램인 ‘김진수의 충전, 영 파워’를 새롭게 편성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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