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4년 2월24일 이슬람 여행가 이븐 바투타가 모로코 탕헤르에서 태어났다. 1368년 모로코 페스에서 졸(卒). 이븐 바투타는 모로코에서 태어나 모로코에서 죽었지만, 생애의 많은 부분을 고향 바깥에서 보냈다. 그는 아프리카·유럽·아시아 세 대륙을 30년에 걸쳐 여행한 뒤, 비서 이븐 주자이의 도움을 받아 기행문을 남겼다. 흔히 ‘리흘라’(‘기록’ 또는 ‘보고’)라고 불리는 이 방대한 여행기는 당대 이슬람사회 안팎의 사정을 소상히 알려주는 매우 귀중한 자료다.
아라비아와 소아시아에서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인도, 몰디브, 중국, 스페인, 사하라, 수단에 이르는 이븐 바투타의 긴 여정은 교통수단의 발달로 세계 어느 곳이든 하루면 갈 수 있는 오늘날에도 꽤 바지런한 여행객들이나 시도할 수 있는 대사(大事)다. 당시로서는 시시각각 목숨을 걸어야 할 모험이었다. 이븐 바투타를 비롯한 그 시대 이 모험가들은 그 점에서 ‘땅을 그리는 사람’이라는 그리스어 어원에 꼭 걸맞은 진정한 지리학자들이었다. 몸소 다리품을 팔았던 이 모험가-지리학자들 덕분에, 뒷날의 지리학자들은 답사 현장보다는 연구실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이븐 바투타에 앞서 여행기를 남긴 이슬람인으로는 스페인 발렌시아 출신의 이븐 주바이르(1145~1217)가 유명하다. 그의 중근동지방 여행기 ‘키난인(人)의 기록’은 이븐 바투타의 ‘리흘라’를 편찬한 이븐 주자이에게도 작지 않은 도움을 주었다.
중세 이슬람 학자들은 지리학만이 아니라 다른 여러 학문 분야에서도 당대 최고수준의 업적을 쌓았다. 1492년 기독교도들이 이베리아반도를 완전히 되찾은 뒤, 유럽인들은 이슬람인들이 아랍어로 남기고 간 방대한 철학·과학 문헌들을 번역하며 잃어버린 고전시대를 새로 발견했다. 이슬람인들은 고전유럽과 근대유럽을 이어준 은혜로운 문화중개자였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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