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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향기자의 씨네 다이어리/ 죽는 순간까지…배우여야 하는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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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향기자의 씨네 다이어리/ 죽는 순간까지…배우여야 하는 슬픔

입력
2005.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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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스타의 자살이 슬픈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의 진짜세계와 맞닥뜨려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배우 이은주의 자살이 슬픈 이유도 그랬다.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이, 한 영화를 찍은 후 음울하고 파괴적인 영화 속 캐릭터에서 빠져 나오지 못해 괴로워했다는 사실이, 경찰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가족과 관련한 여러 가지 갈등 등이 너무도 낱낱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바로 그녀의 진짜 세계였다. 덤으로 쏟아져 나오는 여러 가지 ‘설’들을 듣는 것도 TV 화면 속, 스크린 속 그녀를 좋아했던 사람에게는 매우 힘든 일이다.

장국영이 세상을 떠난 순간도 그랬다. 죽음 자체도 슬펐지만, 모성애를 자극하는 슬픈 눈의 장국영이 동성애자였으며 자살의 중요한 동기가 동성애와 연관된 애정 문제였음이 만천하에 공개된다는 사실이 슬펐다.

이미지와 환상 뒤편의 스타, 스타의 진짜 모습은 궁금함의 대상이다. 스타의 사생활에 대해 대중은 끊임 없이 궁금해 한다. 하지만 스타의 완전한 진짜 세계를 알게 됐을 때도 과연 즐거울까 하는 문제는 또 별개이다.

대중은 늘 스타에게 무리한 기대를 한다. 내심,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보이는 늘 예쁘고 단정한 모습이 스타의 실제 모습이기를 바란다. 이는 자신의 욕망을 반영한 것으로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스타를 이해한 탓이다. 스타를 숭배하는 것도 자신들의 기대를, 환상을 충족하기 위해서다. 자신들의 희망사항을 스타라는 거울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다.

스타의 자살은 나를 비춰보는 거울이 깨지는 순간이다. 도회적이고 차갑고 섬세하고 이지적인, 거울에 비추어 보던 그 이미지가 사라지는 순간이다. 거울 속 스타는 우리의 욕망을 담아 만들어 낸 이미지다. 거울이 깨지고 그녀의 진짜 모습이 드러난 순간 우리는 실망했다고 함부로 말한다.

이은주의 죽음을 둘러 싼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배우는 참으로 얄궂은 운명을 안고 있구나 싶다. 죽는 순간에도 꾸미고 준비하고 연기하기를, 진짜 세계가 아닌 이미지 속 그녀처럼 마지막을 맞기를 우리는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이 역시 무리한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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