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한 비서관은 몇 달 전 노무현 대통령에게 문서로 보고서를 올렸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 노 대통령이 "문서관리시스템(온라인)으로 보고하라"는 메모를 첨부해 그대로 돌려보냈기 때문. ‘컴맹’인 이 비서관은 그 때부터 열심히 문서관리시스템의 사용법을 익혔다.
청와대 문서관리시스템은 내부 인터넷망인 ‘e知園(지원)’을 통해 보고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6월말 도입됐다. 요즘 노 대통령은 하루 평균 4시간 가량을 30여건의 온라인 보고서를 읽고 댓글을 쓰는 데 할애한다.
제1부속실 관계자는 "새벽 5시에 일어나는 노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컴퓨터 전원을 켜는 것"이라며 "조찬 전과 만찬 후 각각 2시간씩 온라인 보고서를 읽는다"고 전했다. 청와대 내에는 "보고서 문화의 혁명이 참여정부 2년의 가장 큰 변화라 할 수 있다"는 자평이 있을 정도다.
현재 대통령에 올라가는 보고서는 전부 문서관리시스템으로 작성돼야 한다. 행정관이 온라인 보고서를 기안, 관련 자료를 첨부해서 소관 비서관에게 전송하면 비서관은 이를 검토한 뒤 댓글을 붙여 수석비서관에게 보낸다. 수석비서관은 다시 이를 검토해 댓글 의견을 붙여 대통령에게 전송하면 대통령은 댓글을 붙이거나 최종 결재를 한다.
행정부에도 이 시스템은 곧 도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청와대 일부 직원들은 "새 보고 방식에 적응하는데 너무 힘들다"고 불평하고 있다. 또한 해킹 위험성을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