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안산와동실내체육관에서 신한은행을 63-61로 꺾고 2005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우리은행의 박명수 감독. 얼굴 가득 기쁨이 번졌지만 사뭇 침착했다.
이날 개인 통산 100승을 거둔 박 감독은 선수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나눈 뒤 "힘든 훈련을 묵묵히 잘 따라 준 선수들이 고마울 따름"이라며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전 날까지 올 시즌 신한은행과의 상대전적 3전 전승. 21일 천안에서 국민은행에 져 정규리그 우승 헹가래를 이날로 미뤘던 우리은행은 전반을 신한은행에 30-37로 뒤졌다. 하지만 우리은행에는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강철체력. 우리은행은 후반에 더 힘이 나는 팀이었다.
우리은행은 후반 들어 김영옥을 필두로 전 선수들이 신한은행을 거세게 몰아붙인 끝에 순식간에 전세를 뒤집어 결국 정규리그 우승 축포를 쐈다.
우리은행엔 특별한 훈련이 있다. 일명 ‘죽음의 훈련’으로 불리는 파 트레이닝(far training). 감독의 휘슬에 맞춰 10분 동안 농구 코트 주위를 전속력으로 달리다가 속도를 늦추며 달리는 것이다. 대충은 안 된다.
박 감독의 불호령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10분간 이렇게 하면 선수들 맥박이 10초당 32번이나 뛸 정도로 엄청나게 격한 훈련이다. 심장이 터질 듯한 10분. 2분 휴식 뒤 그렇게 두 번을 더 달린다. 박감독은 "선수들이 이 훈련을 마치면 모두 초죽음이 돼요. 처음엔 다음날 훈련이 불가능할 정도였죠." 리그 후반 파죽의 7연승을 달릴 수 있었던 원천이었다.
사실 우리은행은 리그 개막전부터 우승 후보 0순위였다. ‘총알낭자’ 김영옥과 국가대표 센터 김계령을 연봉 1억2,000만원의 거액을 들여 영입하고, 선수 숙소와 훈련시설을 전면 개량하는 등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개막전 승리 뒤 2연패를 당하며 불안한 출발을 한 우리은행은 시간이 갈수록 강팀의 면모를 갖춰 갔다.
철저한 데이터를 중심으로 전술을 구사하는 박 감독의 ‘과학 농구’가 효과를 발휘했고, 영입 선수들이 팀에 적응하기 시작했기 때문. 김영옥은 제 기량을 보이며 팀의 든든한 살림꾼이 됐고 김계령은 이종애-홍현희와 막강 트리플 포스트를 구축했다. 밀러는 슈팅 가드로 거듭나며 고감도 3점슛을 가동했다. 박 감독은 "포스트 시즌 챔피언이 돼 진정한 최강으로 우뚝 서고 싶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김일환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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