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장에 최문순 전 보도제작국 부장이 내정됐다. 만 50세가 되지 않았고, 임원 경력이 전무한 데다 노조활동 경력도 화려해 화제가 되고도 남는다.
그는 MBC 노조를 이끌고 정권의 사장 낙하산 인사에 반대하는 파업을 주도했다가 해직된 바 있고,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언노련) 위원장을 거쳐 산별노조로 전환한 전국언론노조 초대위원장을 지냈다. 이런 경력에서 연상되는 이미지와는 달리 합리성과 포용력이 돋보이고, MBC 내부는 물론 방송가의 평가와 신뢰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게는 벌써 40대 최연소 사장, 고강도 개혁론자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그것이 좋은 뜻이 될지 어떨지는 그와 MBC 사원들에게 달렸다. 특히 급여 10% 삭감 등 자기 고통을 수반하는 개혁 프로그램에 대한 사원들의 인내와 동참 여부가 주목된다.
이례적 차기 사장 선임을 부른 ‘MBC 문제’의 해법은 결코 조직 내부의 경제성과 경쟁력 회복을 겨냥한 구조조정이나 개혁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는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방향과 좌표 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
‘땡전 뉴스’가 판을 치던 5공 시절이나 6공 때만 해도 MBC는 저절로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활발한 노조운동도 상대적 신뢰성 확보의 요인이 됐다. 그러나 지금은 KBS와의 상대적 차별성이 의미를 띠기 어렵다. 과거와 달리 정권 찬양과 비판, 보수와 진보라는 잣대가 별개의 좌표축이 된 만큼 어느 축을 기준으로 새로 자리매김할 것이냐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MBC 개혁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기본적으로 방송의 스펙트럼띠가 조금이라도 넓어지길 바라기 때문이다. 소유구조로 보아 정권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발탁된 최 내정자로서는 더더욱 이런 방송 다양화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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