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개혁시민연합은 21일 교수, 기업인, 문화예술인, 정치인 등 각계 전문가 308명을 대상으로 노무현 대통령 취임 2년 간의 국정 운영을 평가해 발표했다. 이 조사 결과를 보면 그 동안 국정운영의 난맥상이 여실히 드러난다.
우선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전반에 대한 평가를 보면 평균값이 2.54로 보통(3점) 이하의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적 평가가 전체의 53.3%로 나타났으며, 긍정적 평가는 17.2%에 그쳤다. 이는 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크게 개선되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지난해 이맘 때 실시한 ‘노무현 정부 1년의 평가’ 결과와 비교해 보면, 각 평가요소 별로 부정적인 응답 비율이 약간씩 감소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미 임기 중반으로 진입하는 노무현 정부에 대해 아직도 부정적 평가가 과반수를 상회한다는 것은 정부가 국정운영을 바라보는 시각이 국민들이 원하는 국정운영의 방향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변혁적 리더십’이란 환경의 변화가 심하고 국민들의 요구가 다양하게 작용하는 우리 상황에서 매우 효과적인 리더십이다. 이 부분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노 대통령의 경우 변혁적 리더십은 전체적으로 평균 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또 구체적인 4개 차원으로 나누어 볼 때 지적 자극, 배려적 리더십은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된 반면 영감적 리더십, 카리스마적 리더십은 낮게 평가됐다.
특히 국민들에게 탁월한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 설득하고 몰입 시키는 영감적 차원과 카리스마적 차원이 낮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우선 아직도 유령처럼 떠돌고 있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일부 계층의 향수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이와 함께 ‘참여정부’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끼리끼리의 참여’일 뿐, 일반 국민의 의사를 묻고 이를 국정에 반영함으로써 적극적 몰입과 지지를 이끌어 내는 활동이 미흡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또 개개 정책분야별로 보자면 지방분권과 부정부패 척결 분야가 보통 이상의 높은 평가를 받은 반면, 교육개혁, 빈부격차 완화, 기업하기 좋은 환경조성, 노사관계 개선 등의 항목들은 보통이하의 박한 평가를 받았다. 이는 현 정부 국정운영의 방향설정이 주로 국민들의 일상생활과는 상대적으로 거리가 있는 정치적 이슈에만 치우쳐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결과라결과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앞으로 경제, 교육 등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직결된 문제를 이슈화하고 정책 의제화 하는 적극적 노력이 있어야만 폭 넓은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정책분야를 더욱 세분화해 조사한 결과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와 사회적 차별 해소, 당정분리 유지 등에 대해서는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으나 일자리 창출, 이념적 측면의 국민통합, 공교육 내실화, 경제성장, 빈곤층 생활여건 개선,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성 제고, 물가안정, 지역갈등해소 등의 다수 항목에서는 역시 보통 이하의 낮은 평가를 받아 정책분야의 평가와 일치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제 채 3년을 남기지 않은 노무현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잃어버린 2년’이라는 야당의 비웃음이 전체 국민들의 시각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면 이러한 목록을 작성할 때 국민의 뜻을 우선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더 이상 코드문화, 이념과잉으로 인한 국론분열, 아마추어적인 국정운영을 더 이상 참아낼 만한 인내심이 국민들에게는 얼마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행정개혁시민연합 정부조직관료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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