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겸 탤런트 이은주(25·여)씨의 유서가 공개되면서 지난해 출연한 영화 ‘주홍글씨’의 영향으로 자살했는지를 놓고 논란이 거세다.
22일 공개된 3장의 유서에서 이은주씨는 "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 없을 텐데…. 왜 내게 그런 책(시나리오)을 줬는지…. 왜 강요를 했었는지"라고 심경을 토로해 영화가 정신적 충격을 주었음을 암시했다. ‘주홍글씨’에서 이은주씨는 전라로 정사 장면을 촬영했으며 자동차 트렁크 속에서 피7범C벅이 된 채 죽음을 맞는 역할을 연기했다.
충무로에서는 영화 속 역할이 배우들의 실제 삶에 영향을 주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감수성이 예민하거나 내성적인 배우일수록 촬영이 끝난 후에도 자신이 맡았던 배역에서 빠져 나오는 데 힘겨워한다. 지난해 몸무게를 28㎏이나 늘려 ‘역도산’에서 혼신의 연기를 펼쳤던 설경구씨는 후속작 ‘공공의 적 2’ 촬영 중에도 ‘역도산 후유증’을 떨쳐내지 못해 힘들어 했다는 후문이다. 1920, 30년대 중국 영화의 디바 완영옥이 자살을 선택한 것도 불운한 여인 역을 많이 맡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그러나 배역이 배우를 자살로 몰았다는 일방적 주장에 대해서 영화 전문가들은 반대 의견을 제시한다.
정신과 레지던트 출신의 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23일 "이은주씨는 지금까지 상처 입은 배역들을 많이 해 왔기 때문에 다른 연기자들보다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웠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아무리 배역에 몰입했다 하더라도 자살은 개인적 불행이 겹쳐야만 가능한 일" 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영화평론가 김영진씨도 "노출 연기에 대한 수치심 때문에 이은주씨가 자살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선정적"이라며 "직접적으로 영화와 관련지어 이번 일을 바라보는 것은 고인에 대한 모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
■ 中서도 추모열기… 언론 등 대서특필
중국 대륙에서도 이은주씨에 대한 추모 열기가 일고 있다. 이씨가 지난해 12월 베이징(北京)에서 거행된 ‘한국 영화제’에 참석,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연예부 기자들이 그를 잘 아는데다 그가 출연한 ‘ 태극기 휘날리며(太極旗 飄揚)’ ‘주홍글씨(紅字)’ 등이 중국에서 큰 반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중국 언론들은 ‘태극기 휘날리며 여주인공 자살’, ‘이은주 청춘에 지다’ 등의 제목을 붙여 대서특필했다. 베이징에서 발행되는 신징바오(新京報)는 2면을 할애해 한 면은 기사, 다른 면에는 화보특집을 했고 베이징 청년보 등도 문화면에 톱으로 크게 다루고 있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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