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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의 두얼굴/ "손자 대입준비에 써라" "불우학생 장학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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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의 두얼굴/ "손자 대입준비에 써라" "불우학생 장학금으로"

입력
2005.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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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자 대입준비에 써라"

"1억원을 줄 테니 손자 대입준비에 써라."

개학을 앞두고 ‘손자 과외비 1억원’ 이야기가 서울 강남지역 주부들 사이에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연인즉 이렇다.

고3이 되는 아들을 둔 A(49·강남구 대치동)씨는 이달 초 인근에 살고 있는 시아버지로부터 집에 들르라는 명을 받았다. "고3 아이 때문에 힘들겠구나.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시아버지 B씨는 본론만 말한 뒤 흰 봉투 하나를 건넸다. "유용하게 쓰겠다"며 집에 돌아온 A씨는 깜짝 놀랐다. 봉투 속엔 100만원짜리 수표 100장이 들어 있었다.

A씨는 고민에 빠졌다. 시아버지로부터 손자 교육비 명목으로 100만~200만원 정도씩 받은 적은 있지만 이렇게 큰 돈은 처음이었다. 더구나 1억원이 ‘손자를 명문대에 보내라’는 압력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A씨는 족집게 과외 등으로 아들의 성적을 올려야겠다며 여기저기 상담을 하고 다니고 있다.

이 사연은 입시컨설턴트 L씨가 강남 일대 학부모들과 상담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손자 대입준비를 위해 며느리에게 1억원을 ‘희사’한 70대의 B씨는 자영업으로 돈을 번 재력가며, 60평형 아파트에 부인과 단 둘이 살고 있다. B씨는 가족들을 만날 때마다 "좋은 대학을 가려면 교육에 돈을 아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해 왔다는 것이다.

입시전문가들에 따르면 강남지역 학부모들은 고3 자녀의 대입준비에 연평균 2,000만~3,000만원 정도 사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이 학원이나 개인과외 등 사교육비에 사용된다. 그러나 이는 ‘평균’일 뿐 과목당 500만원이 넘는 고액과외 몇 과목만 받으면 5,000만원은 쉽게 넘어선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입시에서 아들을 명문대에 보낸 이모(48·여·서울 강남구 도곡동)씨는 "1년 동안 아이 교육에 들어간 돈은 수학 등 고액과외 4차례와 학원비를 합쳐 4,000만원 이상" 이라고 말했다.

‘대치동 엄마들의 2008년 입시전략’의 저자 김은실씨는 "2008학년도 이후 대입제도가 내신 비중 강화와 수능 약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사교육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소요되는 비용도 비례적으로 늘어날 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 "불우학생 장학금으로"

정년을 맞은 국립대 교수가 제자들을 위해 1억원의 장학기금을 쾌척하고, 퇴임논문집 봉정식 대신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퇴임식을 가져 화제가 되고 있다.

23일 정년을 맞은 부산대 기계공학부 백인환(65·사진) 교수는 사재를 털어 학생들을 위한 장학기금으로 1억원을 내놓았다. 부산대 관계자는 "백 교수의 가정형편이 그리 넉넉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월급과 퇴직금을 조금씩 털어 2002년부터 3,000만원씩 내 모두 1억원의 장학기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부산대는 백 교수가 기탁한 기금을 그의 호를 딴 ‘일봉 장학금’으로 명명했다. 또 이날 상남국제회관 효원홀에서 열린 정년퇴임 축하연에서 2명의 성적 우수 기계공학부 학생에게 100만원씩 장학금을 전달하고 매년 이자수익을 장학금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백 교수는 "30여년간 몸담아 온 기계공학과가 퇴임식을 주관해 더욱 감회가 깊다"며 "10여년 전 한 은사님이 정년 퇴임할 때 장학기금을 동창회에 전달하는 것을 보고 제자 된 도리로 실천했을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백 교수는 2003년 12월 수필집(산을 오르며 생각하며-기계공학박사의 산사랑 이야기)을 출판, 판매금 전액을 장애인단체에 기부하기도 했다. 당시 백 교수는 출판기념회에서 찬조금을 일절 받지 않는 대신 도서교환권을 나눠줬으며, 그의 뜻을 알게 된 제자와 지인들이 십시일반으로 책방을 찾아 책을 구입했고, 그 수익금으로 장애인단체를 돕도록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같은 백 교수의 제자 및 장애인에 대한 사랑이 알려지자 제자들은 지난 2002년부터 ‘백석회’란 모임을 만들어 그의 뜻을 기리고 있다.

1974년부터 부산대 공대 교수로 재직해 온 백 교수는 공과대학 부속공장장 국책사업단장 등을 역임했으며, 평소 제자들을 지극히 사랑하는 마음을 행동으로 옮겨 진정한 스승으로 존경을 받아 왔다.

백 교수는 "장학금 기탁사실을 그토록 알리지 말라고 당부했는데…"라며 "이번 대학평가에서 부산대 기계공학과 제자들의 우수성이 전국에 알려져 30년 교직 인생이 헛되지는 않은 것 같다"며 제자 사랑의 끈을 놓지 않았다.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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