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23일 장중 한때 1,000원선이 무너지는 등 3자리수 환율 시대가 눈앞으로 성큼 다가와 수출업계에 비상이 걸린 것은 물론 거시경제 운영기조도 적잖은 차질을 빚게 됐다. 외환 당국은 "한국은행의 ‘외환 보유액 운영 다변화’ 방침이 달러매각으로 오해돼 환율 급락세를 부채질했지만 우리 경제 여건을 볼 때 당분간 1,000원선은 깨지지 않을 것이며 필요하면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 여건을 볼 때 1,000원선 붕괴는 시간문제다.
우리 돈의 가치 상승이 내수 회복이나 무역수지 호조 등 우리 경제의 잠재력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당연히 반길 일이다. 그러나 최근의 환율 하락은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의 지속적 유입과 수출업체들의 결제용 달러 환전 등에 따른 일방적 달러공급 우위 장세와 역외 투기세력의 가세 때문으로 풀이되는데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 부정적 측면이 훨씬 강하다. 엔화나 유로화 등 경쟁 화폐의 가치는 올 들어 오히려 떨어졌는데도 유독 원화만 3% 가까이 절상된 점도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하지만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 발행 등은 자칫 저금리 기조를 흔들 수 있어 제약이 많고, 특정환율대를 목표로 한 인위적 시장개입 역시 한계가 있다. 까닭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라면 3개월 이내에 달러당 980원선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경우 환율 내성을 키워 온 대기업들은 생산시설 해외 이전이나 부품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글로벌 소싱 등으로 충격을 흡수할 수 있으나 전체 수출업체의 70%를 넘는 영세기업들은 수출 채산성 악화에다 국내 공급선까지 줄어 이중삼중의 고통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비정상적인 환율 움직임을 적절히 관리하면서 중소 수출기업의 원가절감 노력과 수출시장 다변화 등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또 환율변수가 최근 회복조짐을 보이는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잘 살펴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