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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숨바꼭질 - 더없이 영악해진 관객 이번에도 속일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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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숨바꼭질 - 더없이 영악해진 관객 이번에도 속일수 있을까

입력
2005.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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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을 뒤엎는 반전에 이미 길들여진 관객을 또 한 번 놀려 먹기는 정말 쉽지 않다. ‘식스센스’ 등 반전영화를 수없이 봐 온 관객들은 ‘제발 나 좀 범인으로 생각해 줘’라고 간절한 눈빛을 보내는 조연 배우들의 거짓에 더 이상 속지 않는다. ‘가장 방심했던 사람이 바로 범인’이라는 반전영화의 공식 역시 이미 학습한 터라, 영화가 중반에 이를 즈음 ‘OO가 범인 아니야?’라는 수군거림이 안 나올 정도면 성공한 편이다. 이미 똑똑해진 관객이다.

장애물은 허술하고, 비밀의 열쇠는 너무 가까이 있다. 하지만 ‘숨바꼭질’이 미국에서 개봉 첫주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등 관객을 끌어 모았던 것은 스릴러의 소임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찰리 정체 알아내기 게임’으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엄마의 자살 후 딸 에밀리(다코타 패닝)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정신과 의사인 아빠 캘러웨이(로버트 드니로) 박사는 딸의 치료를 위해 한적한 시골로 이사를 간다. 그러나 어느날부터 에밀리는 가상의 친구인 ‘찰리’와의 놀이에 몰두하고, 집안에서는 기괴한 일이 연달아 벌어진다. 심지어 에밀리는 아빠가 엄마를 죽였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다코타 패닝을 지켜보는 즐거움은 대단하다. 눈가에 다크서클이 짙게 드리워진 창백한 얼굴로 패닝은 광기에 사로잡힌 에밀리 역을 완벽하게 연기한다. 가끔 보여주는, 치아를 드러낸 환한 웃음은 ‘아이엠 샘’이나 ‘맨 온 파이어’의 귀여운 그녀를 기억하는 팬들에게 선사하는 팁이다. 아빠 역으로 출연하기에 너무 나이 들긴 했지만 로버트 드니로의 무게감 있는 연기도 안정감을 더한다. 가장 아쉬운 점은 아버지와 딸 이외의 캐릭터가 죽어 있다는 것이다. 스릴러의 재미는 무엇보다도, 등장인물 모두를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자아내는 긴장감에 있다. 하지만 한밤중 뜬금없이 방문하는 부동산 업자, 하염없이 에밀리를 지켜보고 서 있는 옆집 아저씨, 또는 어이없을 정도로 너무 빨리 극에서 사라져 버리는 엘리자베스(엘리자베스 슈) 등은 좀 허술한 느낌이다.

‘숨바꼭질’이 주는 또 하나의 재미는 극장마다 다른 결말이 준비돼 있다는 것이다. 감독은 두 가지 버전의 다른 결말을 촬영했다. 미국에서는 이 중 한 가지 버전으로만 상영했으나 국내 배급사는 두 종류를 모두 수입했다. 때문에 어느 극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1분 50초 분량의 마지막 장면은 그때그때 다르다. 다만, 다소 해석의 차이를 던져줄 뿐 생판 다른 결말은 아니니 어떤 버전을 볼 지 너무 고민할 필요는 없다. 감독 폴 존슨. 15세. 25일 개봉.

최지향기자 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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