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25년간 인간관계 세미나와 부부관계 상담센터를 운영해온 존 그레이가 펴낸 베스트셀러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란 책을 보면 남녀차이를 서로 다른 행성에서 살아온 것과 비유해서 서로의 다름을 새롭게 자각하고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인간관계에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우주의 끝없는 광활함에 감탄하면서도, 때로 인간의 서로 다름에 대한 깊이를 자각하는 데에는 무감각하다. 이 세상에는 결코 같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는데도 말이다.
흔히 사랑찾기에 비유되곤 하는‘이 빠진 동그라미’처럼 우리는 서로의 ‘다름’ 속에서도 내 한 쪽을 채워줄 ‘같음’을 향해 덜컹거리며 굴러간다. 남녀가 처음 서로에게 끌리는 건 비슷한 취향이나 관심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서로의 다름에, 자신과는 다른 상대의 그 무엇인가에 더 끌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살다가 그 ‘다름’에서 찾았던 첫 매력이 점차 사라지고 오히려 나의 걸림돌처럼 여겨질 때 연애도, 결혼도, 다양한 인간관계도 이가 잘못 맞춰진 동그라미처럼 덜커덩거리는 법이다.
인간관계 외에도 이런 다름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한 사회적 분야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종교적 신념의 차이나 종파나 교파간의 다름을 이해하는 일이 한국사회에서 가장 시급하다. 근래 환경과 인권문제에 대해 종교간의 협력과 대화가 이루어지는 긍정적 면들이 있는 반면, 전 국민의 30%가 넘는 사람들이 그리스도인임을 자처하는 한국사회에서 교파간 갈등은 여전히 다름을 이해하는 우리의 좁은 지평과 편협한 신념의 아집(我執)을 느끼게 한다.
이해하는 방식이 다르더라도 같은 신앙과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다름을 보기보다는 같음에 더 깊이 공감하며 살아갈 수 있는 미덕을 볼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송용민 신부·인천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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