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서울대치과병원에서 구강암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300명. 이 가운데 수술받은 환자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123명이다. 2003년엔 456명이 구강암으로 진단받아 97명이 수술받았다. 5분의 1정도 환자만 수술 받은 셈이다. 2002년에 환자 337명중 124명, 2001년엔 263명중 91명이 수술받았다.
구강암의 주요 치료법은 수술인데, 왜 이렇게 진단 받은 환자 수에 비해 수술 환자수가 적을까. 서울대치과병원 명 훈 교수는 "우리나라 구강암 환자들은 3, 4기로 진행돼서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종양이 너무 커 일단 항암제를 투여하거나 방사선을 쪼여 종양크기를 감소시킨 후 수술을 시행하느라 수술을 미루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많은 환자들이 얼굴 변형에 대한 우려로 수술 자체를 포기하거나 거부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초기 구강암일 경우 절제 범위가 작지만, 어느 정도 진행되면 혀, 입천장은 물론 안구까지 제거해야 해 얼굴모양이 크게 상할 수 있다.
명 훈 교수는 "입 속은 눈으로 진단이 쉬운 데다 쉽게 손으로 만질 수도 있기 때문에 다른 신체 부위에 비해 비교적 쉽게 암 진단을 받을 수 있다"면서 "입안에 이상이 생겼을 때 무작정 ‘낫겠지’하는 생각에 참고 기다리다가 암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치과를 찾는 환자들을 볼 때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른 암이나 마찬가지로 구강암 역시 통증이 상당히 진행되기 전까지는 거의 없는 게 특징이다. 구강점막에 흰 백태를 보이는 백반증이 가장 일반적인 전구증상이다. 백반증 환자 10명중 1명이 암으로 진행된다. 백반증은 초기에는 붉은색 혹은 회색을 띄다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병이 생긴 부위가 백색으로 되면서 가장자리가 붉은 색을 띄기도 한다. 더 심해지면 가죽같이 두터운 하얀 막을 형성하거나 작은 사마귀의 집합 같은 모양으로 변한다. 또 점막이 벗겨지거나 깊은 주름 같은 게 생기기도 한다.
명 교수는 "혀나 입안에 궤양이 생긴 지 10일이 넘었는데도 아물지 않는다면 반드시 치과에 가서 구강암 여부를 검사받는 게 안전하다"고 권했다.
이외에도 입안에 혹이나 멍울이 생기거나, 목부위 혹은 음식물을 씹거나 삼킬 때 불편하거나, 입안에 원인 모를 출혈이 있다면 반드시 치과의사를 찾아가 검진 받아보는 게 좋다. 혀가 잘 움직이지 않고 아래턱 운동이 불편스러워지고 사용하던 틀니가 불편해지는 경우에도 한번쯤 체크를 받아 보는 게 좋다.
또 귀밑이나 목 윗부분에 혹이 만져지거나 부어있든지, 궤양이 생겨 안면마비 또는 감각이상이 있을 때도 구강암 여부를 확인 받는 게 좋다. 진단은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조직검사를 통해 이루어지며 컴퓨터 단층 촬영(MRI)이나 초음파 검사를 통해 암세포가 얼마나 퍼져있는 지 확인할 수 있다.
구강암은 발생 부위에 따라 치은암(잇몸) 설암(혀) 구순암(입술) 구개암(입천장) 구강저암(혀 밑바닥)으로 세분한다.
우리나라 환자들에게는 혀에 생기는 설암이 가장 흔하고 잇몸, 혀밑, 타액선, 볼 점막, 입천장 순으로 많이 발생한다. 서양인들에게는 구순암이 많다.
구강암 발생 원인은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아직은 불분명한 상태다. 이 가운데서 학자들이 주요 원인으로 꼽는 것은 담배와 술이다. 일부 문헌에선 담배와 술이 구강암의 75%를 일으킨다고 주장할 정도다. 또 과거에 암에 걸려 완치된 사람이 다시 담배를 필 경우 구강암에 걸릴 확률이 많다는 보고도 나와있다.
림프종 환자나 장기이식을 받아 면역 기능이 약화된 경우에도 구강암 발생 위험이 높다. 이외에도 잘 맞지않는 틀니나 습관적으로 볼을 씹는 버릇 등도 원%8인이 될 수 있다. 충치로 부서져 예리해진 치아면이나 불결한 금속치과 보철물의 산화물 등이 구강점막을 계속 자극하면 우리 입안은 외상을 입기 쉽다. 명교수는 "이런 외상이 구강암 발생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면역, 유전, 화학물질등과 복합 작용해 구강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송영주 의학전문 대기자 yjsong@h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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