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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 "너희가 내 첫사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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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 "너희가 내 첫사랑이야"

입력
2005.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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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첫 만남을 다시 볼 수 있다면 모두 배꼽잡고 웃을 거야. 덜덜 떠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긴장한 나. 어울리지 않은 정장에 어색한 단발 머리와 화장…. 신규 티가 팍팍 났었지.첫 조회 때 너무 긴장해서 내가 뭐라고 말했는지 생각도 안 나. 그저 횡설수설, 우왕좌왕…. 그리고 단정한 머리와 깨끗한 교복, 두리번거리며 친구와 학교에 익숙해지려 애쓰던 너희들. 불량스러워 보인 몇 애들을 걱정 했는데, 그게 잘못된 선입견이었음은 일주일도 채 안돼 알게 됐지.

사랑만 주고 싶었는데 상처를 준 경우가 더 많았던 거 같아. 처음 매를 들었을 때의 후회를 잊어버리고 말보다 매가 먼저 나갔지. 기분 나쁠 땐 평소 넘어갔을 일도 깐깐하게 따지곤 했지. "난 공부 잘하고 말 잘 듣는 애가 좋다"고 말한 것도 선생다운 행동은 아니었어. 무슨 일만 생기면 "부모님께 전화한다"고 협박했던 건 거의 깡패 수준이었어. 교내 인권운동이 벌어질 때 너희 편에 서주지 못하고, 성적 순으로 너희를 줄 세우려 했던 일, 또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말들로 너희 맘에 상처를 주었을 일…. 생각해보면 너무도 부끄럽다.

담임경험이 있었다면 이런 시행착오는 겪지 않았을 텐데, 그리고 더 많이 ‘희망’을 얘기해줄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올해 많이 배우고 연습한 덕분에 다음 번에 만나는 아이들에게는 좀 더 나은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을 거 같아. 내 부족함을 잘 참고 이해해주어서 고마워.

여교사 담임반은 엉망이라는 편견을 깨고, 바른 생활태도와 단합으로 칭찬을 받았던 우리 반. 야간 자율학습까지 빠지며 노래와 춤을 연습해 내 결혼식을 축제로 만들어준 우리 반. 내 생일날 너희들은 모른 척 딴청을 부렸지? 서운할 뻔 했는데 오후 늦게 케이크와 선물, 그리고 엽서 퍼레이드로 나를 감동시킨 우리 반. 교사로서의 내 능력이 의심돼 우울해 하면 "선생님 처음인데, 이정도면 잘 하는 거예요." "아니! 우리 담임이 신규였어?"라며 오버 연기로 힘을 주던 우리 반. ‘담임이 아름다운 이유를 쓰시오’라는 허무맹랑한 속제에 대해서 진짜 심각하게 고민한 뒤 문자로, 편지를 나를 칭찬해주던 다정한 우리 반….

많이 주겠다고 다짐했는데 오히려 내가 많이 받은 것 같아. 왜 눈물이 나오지? 내가 "너희가 내 첫사랑이야"라고 말했을 때 너희들 "에이~"하며 야유를 보냈지만 내 진심인 거 알고 있지? 행복한 첫사랑을 만들어줘서 고마워. 그리고 좀 더 지혜롭고 자상하고 따뜻한 담임이 되어주지 못해 미안해.

천이슬 온양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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