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어른들이 즐겨 쓰던 문자 중에 ‘통고지설(通高之雪) 양강지풍(襄江之風) 일구지난설(一口之難說)’이라는 말이 있다. 공자가 와도 쉽게 해석해내지 못할 이 말을 칠팔십 된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일상의 후렴구처럼 썼다. ‘강원도 통천과 고성은 눈이 많이 내리고, 그 아래 양양과 강릉은 바람이 많이 부는데 그것을 한 입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어제 잠시 내렸다가 그친 그런 눈이 아니라, 허리 높이거나 가슴높이까지 눈이 내리면 넉가래를 들고 마을 길을 치우러 나온 어른 중에 누군가 틀림없이 그런 말을 했다. "옛말엔 통고지설이라 했다마는 겪어보면 여기 눈도 일구지난설이지 뭐."
그러다 봄이 오고 어느날 지붕을 벗겨내듯 바람이 불면 그땐 또 이렇게 말했다. " 양강지풍의 족보 값 하느라 그러나, 바람도 바람도 이런 일구지난설이 또 어디 있겠나."
특히 ‘일구지난설’은 슬플 때나 안타까울 때나 바빠서 경황이 없을 때 할머니들이 ‘에구머니나’ 만큼이나 입에 달고 살던 말이었는데 지금은 고향에 가도 그 말을 듣기가 쉽지 않다. 아직 방언의 억양은 그대로여도 어휘는 점점 서울말을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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