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열리는 미국-러시아 정상회담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제기하는 비판의 수위가 최대 관심사다.
양국은 실무회담을 통해 ▦북한 핵 ▦이라크 전후처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등 중동정세 ▦이란 핵 ▦유코스 사태 등 5가지를 의제로 정한 상태여서 정상회담에서 오갈 내용은 대략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미국과 러시아가 이견을 보이고 있는 부분에 대해 부시 대통령이 어떤 화법을 동원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북한 이라크 중동문제 등은 러시아가 미국의 주도권을 인정하고 있어 별 이견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란 핵 문제와 러시아 내정과 관련된 사안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려 타협이 쉽지 않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선거사태와 러시아 민영기업의 국유화, 주지사 선거 취소 등 푸틴 대통령의 노골적인 권력장악 시도에 불편한 심기를 보여왔다. 여기에 미국이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는 시리아 이란에 대해 러시아가 각각 무기와 핵연료 수출 방침을 밝히면서 양국 관계는 러시아가 반전대열에 섰던 이라크전 직전 상황으로까지 악화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부시 대통령은 러시아에 강성기조를 견지하고 있다. 21일 유럽연합(EU) 본부 연설에선 러시아를 지목해 "민주주의와 법치는 반드시 확립돼야 한다"며 "언론과 야당의 보호, 권력 균점의 중요성을 동맹국은 러시아에 일깨워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러시아의 개혁후퇴와 정적탄압에 대해 미국 정부가 내놓은 지금까지 입장 중 가장 강경한 어조이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과 대면한 자리에서 비판의 강도가 어느 정도일 지는 불투명하다. 유럽순방에서 유럽과의 간극이 깊고 크다는 것을 확인한 부시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몰아붙일 만큼 정치적 입지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르기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양국의 전략적 파트너십 발전을 바란 것"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일부에서는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이 부시 대통령이 2기 취임사에서 밝힌 ‘민주주의 확산’과 ‘폭정종식’이라는 과제의 실행의지를 시험하는 첫 관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모든 통치자와 모든 국가에 맞서 민주주의를 촉진하겠다"고 호언한 부시 대통령이 만약 러시아를 용인하는 듯한 입장을 보인다면 북한 핵 등 여타 국제현안에서 미국의 신뢰도가 손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