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유효일 국방차관의 경력이 문제로 떠올라 경질까지 거론되고 있다. 진압군의 대대장으로 작전을 수행했다는 사실에 대해 시민단체 등이 들고 나서자 청와대가 이를 재조사한다는 것이다. 평지풍파 같기도 하고 중대한 의혹 같기도 하다. 그러나 누가 봐도 적어도 두 가지 관점에서 있을 수 없는 해괴한 사건임은 분명하다.
첫째, 청와대 인사검증의 적나라한 치부이다. 청와대는 사건이 불거지자 지난해 8월 차관인사 당시 유 차관의 전력을 전혀 몰랐다고 말하는데, 이는 난센스다. 그의 진압군 참가 경력은 5·18 사건에 대한 검찰 조사와 법원 판결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평가가 끝난 사안이다. 이는 군 내부에서 오래 전부터 주지의 사실인데다, 차관 임명 당시 그를 소개하는 언론의 프로필 보도로도 드러나 있었다. 앞서 그는 김대중 정부 시절 이미 군 요직을 역임하면서 검증을 마쳤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그 때는 몰랐다고 한다면, 인사수석은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는가. 더 기가 찬 것은 정찬용 전 수석이 유 차관을 직접 인터뷰까지 했다는 것 아닌가.
둘째, 문제화하게 된 경위이다. 이미 알려진 사실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 등이 새삼 문제를 제기한 것이 매끈하지 않다. 그렇다 치더라도 청와대가 이를 덥석 받아들여 정색을 하고 재조사에 나선 것은 더욱 이상하다. 이기준 교육 부총리 임명 파동 때에는 초기부터 더 중한 문제가 지적됐는데도 꿈쩍도 않던 청와대였다. 현장 대대장 재직 경력만으로도 정식 재조사가 필요할 만큼 중대한 것이라면 이를 놓친 청와대 인사는 엉터리였다는 말이 된다.
국가기관의 정책행위가 이렇게 부실하고 가벼워서야 권위와 신뢰를 가질 수 없다. 세상이 다 아는 기초 자료 정도도 파악하지 못하는 인사를 하고서 "내가 몰랐다"는 이유로 재조사7하겠다는 판인데, 이래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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