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점막에 기생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사진)이 한국인의 위암을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유근영 교수팀은 1993년부터 9년 동안 1만8,000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위암과 헬리코박터균은 역학적인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유 교수팀의 이번 연구 결과는 암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지인 ‘브리티시 저널 오브 캔서’에 게재된다.
조사 기간 동안 위암이 새로 발병된 환자 86명 가운데 72명(83.7%)이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됐고, 위암 환자군과 성·나이·관찰기간이 같으면서 위암이 생기지 않은 사람 344명 가운데 278명(80.8%)이 감염됐다.
즉 위암 환자와 정상인의 세균 감염률은 거의 같아 세균에 감염됐다고 해도 위암이 더 걸리는 것은 아닌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유 교수는 "외국 연구와 다른 결과를 보인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헬리코박터균이 서양의 것과 유형이 다를 수 있으며, 섭취 음식의 영향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헬리코박터균은 1994년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위암의 위험 요인으로 인정됐으나, 이후에도 충분한 근거가 없다는 비판이 많았다.
헬리코박터 감염률이 매우 높았던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세균에 감염된 만큼 위암이 발생하지 않았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감염률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암 발생이 낮았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인도네시아의 경우 국민의 80~85%가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됐으나 위암 발생은 우리나라의 1000분의 1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한국인은 70% 이상이 이 균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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