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1일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나 2개 정도의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김 위원장은 먼저 어쩔 수 없이 회담을 보이콧하고 있지만 회담 참석 의향은 여전하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는 "우리는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견지할 것이며 대화를 통해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우리는 6자회담을 반대한 적도 없으며, 회담 성공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회담을 반대해서가 아니라 사정이 곤란해 어쩔 수 없이 못 나가고 있다는 해명이다.
이 발언은 향후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핵무기고를 증강시키는 등의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지난 10일 북한 성명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것으로, 회담 파기 또는 대결보다는 대화와 협상쪽에 무게를 둔 것이다.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우리가 걱정했던 최악의 상황, 추가적인 상황악화를 덜어주었다"고 밝히고, CNN 방송 등이 북한이 회담불참 입장을 수정했다고 해석한 것도 이 때문이다.
두 번째 메시지는 김 위원장이 "유관국들의 공동 노력으로 6자회담 조건이 성숙된다면 어느 때든지 회담 탁(테이블)에 나갈 것"이라며 "미국이 믿을만한 성의를 보이고 행동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대목으로 이는 회담 복귀 조건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 부분으로 미루어 김 위원장과 북측 지도부가 왕 부장에게 ‘성숙된 조건’과 ‘미국의 성의와 행동’이 무엇을 지칭하는가를 구체적으로 설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발언이 "미국이 상호 공존 및 내정 불간섭을 약속하고 회담의 실질적 결과를 보장한다면 대화에 응할 것"이라는 한성렬 주유엔대표부 차석대사의 발언과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즉 김 위원장의 요구조건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와 북측의 회담 기조인 ‘동결 대 보상’ 원칙에 대한 미국의 수용 요구라는 것이다. 일부 관측통은 특히 "김 위원장이 왕 부장에게 북한에 대한 미국의 에너지 지원 필요성 등을 강조했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미국의 행동을 기대한다는 것은 에너지 지원일 것"이라고 말했다.
북측의 이런 요구에 대한 관련국들의 대응책은 나오지 않고 않으나 북측의 조건이 수용될 여지가 그리 크지는 않을 듯 하다. 미국이 줄곧 "북한의 요구는 회담장에서 논의해야 하며 회담 개시 전 유인책을 쓰지 않을 것" 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의 회담 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물밑 움직임이 잦아지겠지만 당분간 6자 회담 재개는 어려울 것 같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