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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에 부서진 '발해의 꿈'/ 뗏목탐사대 4명 전원구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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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에 부서진 '발해의 꿈'/ 뗏목탐사대 4명 전원구조까지

입력
2005.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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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해인의 기상을 재현하려는 해상 탐험이 또 다시 좌절돼 안타깝습니다." 강원 거진항을 출발한 지 7일째인 19일 러시아 인근 해역에서 통신 두절로 소식이 끊겼다가 22일 새벽 구조된 발해뗏목탐사대(대장 방의천·45) 대원 4명은 실망감과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배고픔과 추위에 떤 ‘악몽의 3일’이 끝난 것에 안도하면서도 ‘발해의 꿈’이 또 다시 무산된 데 고개를 떨구었다.

22일 오전 6시40분께 독도 북방 237마일 러시아 인근 해역에서 해경 경비함 삼봉호에 의해 구조된 4명의 대원은 사실상 탐사를 포기, 삼봉호를 타고 이날 밤 강원 동해항으로 귀환했다. 해경 관계자들이 전한 탐사대의 실종 이후 구조까지의 상황은 이렇다.

4명의 대원이 탄 뗏목 ‘발해호’는 13일 거진항을 출발, 러시아로 향했다. 그러나 출항 직후부터 고행은 시작됐다. 뗏목은 눈보라로 온통 빙판이 됐고, 돛과 노와 키는 얼어붙었다. 격한 파도는 쉼 없이 달려들었다. 70여시간의 고통스런 항해 끝에 탐험대는 18일 오전 당초 계획했던 블라디보스토크가 아닌 남쪽 포시에트항에 도착했다. 어쩔 수 없이 출발지를 변경, 19일 오전 해상에서 예인선과 뗏목을 분리시키고 장정에 들어갔다.

탐사대는 당초 매일 오전 6시와 오후 6시 하루 두 차례 해경과 통신을 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출발 당일인 19일 오후 7시40분 해경과의 교신을 마지막으로 탐사대의 소식은 끊겼다. "야간 항해 중 뗏목(길이 11c, 폭4.5c 무게 11톤) 위 선실(높이 1.7c 가로2.5c 세로3c)에 갑자기 집채만한 파도가 덮쳤습니다. 칠흑 같은 암흑이 닥쳤고 선실이 부서져 모든 식량과 옷가지, 통신기 등은 바다에 빠져버렸습니다." 방 대장은 사고 순간을 "참혹하고 막막한 상황이었다"고 돌이켰다.

대원들에게 이때부터 공포의 바닷길이 시작됐다. 날씨가 너무 추워 뗏목 전체가 얼어붙었다. 바람은 세고 파도는 높아 밖으로 나갈 수조차 없었다. 구멍난 선실에서는 눈 앞에서 바닷물이 쉴새없이 들어왔다 빠졌다를 반복했다. 대원들은 허기에 떨며 추위를 이기기 위해 서로 껴안고 체온으로 버텨야 했다. 구조를 요청할 통신기마저 파도에 휩쓸려 갔고 위성전화는 먹통이었다. 사고 이틀째부터는 바닷물이 무릎까지 들어차 서 있기도 힘든 형편이었다.

기진맥진한 대원들이 거의 의식을 잃어가고 있을 무렵인 21일 오후 4시20분. 구조의 손길이 다가 왔다. 우리 해경 초계기 챌린저호가 상공을 선회하는 것을 목격한 대원들은 돛을 올렸다 접었다 하는 것으로 신호를 보냈다. 동해항을 출발한 삼봉호에 의해 발견된 지 12시간여 만에 대원들은 모두 구조됐다.

삼봉호 박기찬(50) 부함장은 "4명의 건강 상태는 비교적 양호하지만 지친 표정이 역력하고 모두 발가락에 동상이 걸린 상태"라며 "이대로는 탐사를 계속하기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방 대장은 "북서풍을 이용하기 위해 겨울에 탐사 항로를 계획했는데 기상 악화로 실패했다"며 "기회가 되면 만반의 준비를 거쳐 발해 항로 탐사에 다시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송원영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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