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도요타 등 세계 유수의 자동차 회사들에게 지난 해 자동차 수출 300억불을 달성한 한국 자동차산업의 약진은 초미의 관심사다. IMF 경제위기 때 정부가 국내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과소평가, 구조조정을 앞장서 추진하고 여러 나라가 기아, 대우자동차 입찰에 적극 참여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만감이 교차한다. 선진국들이 한국, 스페인, 브라질, 멕시코, 중국 등 연간 300만대 가량 자동차를 생산하는 후발국 중 유독 한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에 찬사와 질시를 동시에 보내는 이유는 뭘까.
첫째, 선진국 자동차를 그대로 생산하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한국만이 고유 브랜드 차를 생산, 판매하기 때문이다. 지난 해 현대차가 미국의 자동차품질 전문조사기관 JD 파워로부터 높은 평가를 얻어냈듯 우리 자동차는 세계 최고의 시장 미국에서도 찬사를 받고 있다.
둘째, 한국이 세계 최고수준의 반도체산업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자동차는 단순한 운송기구가 아니다. 첨단 컴퓨터제어장치와 IT기술을 통해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 운전자나 승객이 원하는 온갖 정보를 언제든 주고받을 수 있는 똑똑한 수송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기술경쟁력은 자동차 선진국들이 누려온 특권을 무너뜨릴 수 있는 기반 기술이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이 오늘날 자동차 선진국으로 위치를 다질 수 있었던 것도 자국 반도체산업이 세계적 경쟁력과 기술수준을 갖췄기 때문이다.
지난 달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지표에서도 보듯 우리 국가경제 성장동력의 중심축은 자동차, 반도체, 조선, 디스플레이산업이다. 이 중에서도 자동차산업은 국가경제 기여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자동차는 반도체, 전자산업뿐만 아니라 철강, 기계, 플라스틱, 고무, 유리, 제조장치 산업 등 다양한 산업과 전후방 연계가 큰 산업이다. 자동차산업의 발전과 투자확대가 곧바로 고용창출 효과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현재도 자동차산업은 전 산업 고용부문의 7.6%를, 국가 세수의 18%를 차지한다.
자동차 산업이 또 중요한 이유는 군수산업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2차 대전 당시 미국 자동차사들은 각종 군용 차량과 탱크에다, 비행기까지 대량 생산함으로써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처럼 자동차산업은 국방력 강화를 위해서도 포기할 수 없는 산업이다. 특히 인접 중국과 일본이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주국방을 통해 이들 국가와 군사적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있어서도 자동차산업의 발전과 육성은 중요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자동차가 품질면에서 세계 명차들을 추격하리라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제는 ‘싸구려차’로 한국 자동차를 평가절하했던 세계 자동차 선진국들에게 우리 자동차의 우수성과 저력을 품질로 보여줘야 할 때다. 더불어 IMF 당시처럼 자동차산업을 국가경제의 멍에처럼 여긴 정부의 그릇된 판단이 더 이상 되풀이 돼서는 안 된다. 세계적으로 화석연료가 빠르게 고갈됨에 따라 자동차 선진국들은 연비개선과 대체연료자동차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가 자동차 선진국으로 우뚝 서려면 국민의 뜨거운 관심과 격려, 사랑이 필요하다. 21세기 한국 경제는 자동차산업의 발전과 성장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선우명호 한양대 자동차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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