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영화나 TV드라마에 앞서는 연기의 첫 걸음마라 생각했는데 이제야 접하게 됐어요."
양동근(26)이 내달 17일 서울 동숭동 창조콘서트홀에서 새롭게 막을 올리는 ‘관객모독’에 출연한다. 1987년 여덟 살 때 KBS 특집극 ‘탑리’로 데뷔해 영화배우 탤런트 힙합가수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 온 그이지만 연극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다.
‘관객모독’은 독일 페터 한트케 원작으로 77년 국내에 소개된 이래 ‘극단 76’의 대표적인 레퍼토리로 자리 잡은 작품. 관객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물세례를 안기는 등 기존의 연극을 뒤집는 형식으로 화제가 되어왔다. 지난해 동숭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열전’에서 97.9%의 객석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영화 ‘와일드 카드’에 함께 출연한 연극배우 기주봉씨의 권유로 ‘관객모독’을 지난해 처음 접한 양동근은 충격 그 자체였다고 한다. "‘관객모독’을 보고 연극에 대한 선입견과 환상이 깨졌습니다. ‘이런 연극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영화 ‘바람의 파이터’를 끝내고 휴식을 만끽하고 있던 그에게 출연 제의가 들어온 것은 지난 연말. "영화보다 연극에 출연하는 것이 많은 공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기존 가치관에 냉소적인 자신의 이미지와 정극이 아니란 점도 선택에 영향을 주었다.
용인대학교 연극학과를 졸업한 그는 "학생시절 ‘무늬만 대학생’이었다"고 말한다. 연예 활동에 집중 하느라 학교에서 연기를 체계적으로 공부할 틈이 없었다. "끝없이 배우려 하는 것이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어릴 적부터 현장에 있었지만 학업에 대한 열망은 누구보다 강했죠. 지금 만학의 길을 걷는 기분이에요."
양동근은 1월 말부터 하루 4시간씩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연극은 연습이 99%를 차지해요. 저는 지금 연습을 통해 한발한발 조심스럽게 무대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중이죠." 정신없이 열심히 따라가느라 힘들고 어려운 점은 아직 모르겠다고 말한다. "연극이라는 버스에 이제 막 올라탔다 할까요. 무대에 많이 오르다 보면 ‘이래서 연극을 하는구나’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역배우로 연기를 시작한 지 벌써 18년. 그는 잘 생긴 외모가 아닌데도 오랫동안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비결을 성실함에서 찾는다. "장점은 딱히 없어요. 일에 묻혀 열심히 다져온 삶이 유일하게 내세울 수 있는 거네요."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현재’에 집중하는 것도 오늘의 그를 있게 한 힘이다. "지금 하는 일에 혼을 쏟아도 잘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데, 그 이후의 것을 계획한다는 것은 안일하다고 봐요."
그는 지난해 기독교 신자가 되면서 술을 끊었지만 연습이 끝난 뒤 뒤풀이 자리는 꼭 참석한다. "밖에서 사람들 만나면 돈 이야기뿐인데 이곳에서는 삶의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너무 좋아요." 아직 연극을 모른다는 양동근은 이미 연극의 맛에 흠뻑 빠져있는 듯 하다. 6월19일까지. (02)764-3076
라제기기자 wenders@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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