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공학은 고려대, 생명·생물공학은 포항공대, 신문방송·광고홍보학은 이화여대.’ 전국 4년제 대학 총장 모임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대학의 학문(전공)분야를 평가한 뒤 내린 결론이다. 종합평가에서는 이화여대가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1월 영국의 권위지 ‘더 타임스’가 조사한 세계대학평가에서 119위였던 서울대는 이번 국내 평가에서 학문분야 ‘최우수’에 단 1개도 들지 못했다.
대교협은 이 같은 내용의 ‘2004년 대학 종합평가 및 학문분야 평가'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종합평가 대상은 40개대와 신설 6개대였으며, 학문분야 평가는 기계공학 81개대, 생물·생명공학 75개대, 신문방송·광고홍보학 58개대 등이 대상이었다. 이들 대학은 지난해 11월 서면평가와 2~3일간의 대교협측 현지방문 평가를 받았으며, 평가점수는 영역별 항목에 들어있는 세부 지표 점수를 합쳐 산정됐다.
1982년부터 매년 대학평가를 실시해온 대교협은 그동안 ‘최우수’, ‘우수’, ‘인정’, ‘개선요망’ 등 4개 그룹 결과만 공개했으나 이번에 최우수 그룹은 이례적으로 순위를 매겼다. 이현청 사무총장은 "대학들이 사회·시대적 책무성을 수용해 인재 양성의 선도적 역할을 하도록 유도하자는 취지에서 순위를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평가결과에 따르면 기계공학 분야에서는 고려대 한양대(안산) 충남대 한국기술교대 영남대 부산대 한양대(서울) 포항공대 한국산업기술대가 1~9위로 ‘최우수’ 그룹에 올랐다. 서울대는 ‘우수’에는 들었으나 10위권 밖이었다. 생물 및 생명공학은 포항공대와 이화여대가 나란히 1~2위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연세대 성균관대 충남대 숙명여대 서울대 한양대(안산) 고려대 중앙대 등이 3~10위를 차지하는 등 58개대가 ‘우수’그룹이었다. 신문방송·광고홍보학은 이화여대가 1위였으며 연세대 동의대 서울여대가 2~4위로 ‘최우수’ 그룹을 형성했다.
2년에 한차례씩 종합평가를 받는 40개대의 경우 이화여대가 100점 만점에 97.75점으로 1위에 올랐다. 한양대 서울캠퍼스 96.76점, 한양대 안산캠퍼스 95.60점, 인하대 95점으로 2~4위였고 ‘우수’ 그룹에 포함된 서울여대는 93.92점으로 5위였다.
교육계에서는 전공별 순위 공개가 미칠 파장이 적지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정부가 대학별 특성화 등을 위해 강도높게 추진하고있는 대학 구조개혁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입 수험생의 학과 선택이나 기업체의 신입사원 채용때에도 평가 결과가 활용될 수 있는 분석도 많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평가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문제삼는 목소리도 나오고있다. 연세대의 한 교수는 "대학 및 학문이 갖고있는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평가기준을 적용해서는 대학 구성원들이 결과를 수긍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인적자원부는 전문기구를 통한 대학평가 결과를 교육 수요자에게 제공하기위해 ‘고등교육평가원’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 어떻게 평가했나
21일 발표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2004년도 대학평가’는 40개 대학 학부와 대학원을 대상으로 하는 종합평가와 각 대학의 기계공학, 생물·생명공학, 신문방송·광고홍보학 등 3개 학문 분야별로 나눠 실시됐다.
종합평가는 대학경영 및 재정, 발전전략 및 비전, 교육 및 사회봉사, 연구 및 산·학·연 협동, 학생 및 교수직원, 교육여건 및 지원체제 등 6가지 영역의 점검에 초점이 맞춰졌다. 평가 항목은 55개였으며 총 500점의 가중치(원점수)가 부여됐다. 각 대학이 얻은 평가점수는 가중치를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것이다. 재학생 1인당 연간 교육비, 등록금 의존도, 교수당 연간 국내·외 학술지 논문수, 졸업생 취업률, 전임교수당 학생수 등의 개별 세부 지표가 점수를 내는 데 활용됐다.
학문 분야 평가는 기계공학 및 생물·생명공학 분야의 경우 교육목표(5%) 교육과정 및 강의(30%) 교수(23%) 학생(10%) 교육여건 및 지원체제(25%) 교육성과(7%) 등 6개 영역으로 구분, 항목에 포함된 세부 지표별 획득 점수를 합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신문방송·광고홍보학 분야도 교육목표와 교육과정, 교육방법, 특화 등 6개 평가영역으로 나눠 항목에 들어있는 전임교수 1인당 담당강좌수, 학생 1인당 전공사용면적, 졸업생의 전공 취업률 등 다양한 세부 지표 점수를 합산해 순위가 매겨졌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 대학들 엇갈린 반응
각 대학들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대학평가 결과를 놓고 ‘희비’가 엇갈렸다. 최우수 대학으로 선정된 이화여대와 한양대 등은 "전략을 세우고 집중 투자한 결과"라고 희색이 만연한 반면 ‘명성’에 걸맞지 않은 결과가 나온 서울대 연세대 등은 당혹해 하면서도 평가 결과의 신뢰성과 타당성 등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한양대 오재응 기획처장은 "학부모나 수험생에게 좋은 정보가 될 것 같다"며 "잘못된 부분은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대학을 더 발전시키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박통희 기획처장은 "교수 연구업적이나 장학금 수혜율 등 직접적인 자료로 조사를 한 덕에 ‘내실’에 걸맞은 평가가 나온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박 처장은 "교수 1명의 강의 책임시간을 6시간으로 줄여 학생들의 강의 만족도가 크게 향상되고 연구 실적이 좋아졌다"고 귀띔했다.
이에 반해 서울대 박삼옥 사회대학장은 "평가의 항목들이 과연 대학이나 학과의 수준을 대표할 수 있는 것들인지 의문"이라며 "전국 각지의 대학 교수들이 자기 대학에 유리%C한 평가항목을 넣는 등 평가가 백화점식으로 진행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연세대 관계자도 "대교협측이 의대나 치대 등 전문 분야는 다른 평가기관에 평가를 의뢰하는 등 평가의 일관성이 점점 부족해지고있다"고 꼬집었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조윤정기자 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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