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문제가 경색국면을 맞고 있는 가운데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방북 용의’를 표명하고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1일 "만일 북쪽에서 ‘우리 민족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한 번 와주쇼’라는 초청이 있으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인터뷰에 출연, "김정일 위원장의 초청이 있어야 하고 특사자격이 아니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또 "남북간 대화가 잘 안되니 필요하다면 꽉 막힌 관계를 풀기 위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그 동안 정치권에서 ‘DJ 대북특사론’이 제기될 때마다 부정적으로 반응했던 기존 입장에 비해 진일보한 것이다.
더구나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이날 국회 통외통위에서 "김 전 대통령 방북 성사를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하고 청와대도 "나라를 걱정하는 충정에 경의를 표한다"고 치켜세운 점도 예사롭지 않다. 이는 정부가 DJ 방북을 통해서라도 북핵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도 해석된다.
김 전 대통령은 또 인터뷰에서 북핵문제 해법과 관련 북한과 미국을 함께 압박했지만 미국책임론에 더 비중을 뒀다. 그는 북한의 핵 포기와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면서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사찰을 받겠다는 입장을 이미 피력해 온 만큼 지금은 미국이 카드를 내놓을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미국은 안전보장과 국교정상화 등 구체적인 얘기를 해줘야 북한도 마음을 정할 것"이라며 "미국의 강경세력들은 이 사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북한을 압박하고 악당으로 만든 뒤 그것을 구실로 군비강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북한이 이용당하는 격이고 전략전술을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은 2차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한다는 6·15 남북공동선언의 약속을 지켜야 된다"며 "서울 오기가 뭐하면 개성 근처인 도라산에서라도 만나야 한다"고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또 "경제협력과 비료를 주지 않는다고 상황이 호전되는 것도 아니다"며 일각의 대북지원 중단 주장론을 일축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의 대북송금특검과 관련, "국가의 책임자가 최고 기밀사항 취급해 놓은 것을 그렇게 까발리면 앞으로 어느 나라가 우리를 신뢰하고 대화를 하겠느냐. 굉장히 잘못한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도 감추지 않았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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