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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 외국인 영어강사가 놀다 가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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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 외국인 영어강사가 놀다 가는 나라

입력
2005.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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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텔레비전 방송국이 외국인 영어강사들과 한국 여성들이 놀아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방영하자, 누리꾼(네티즌)들의 분노가 들끓었다. 심지어 외국인을 공격하자는 말까지 나오는 모양이다. 지나친 사대주의가 정반대인 외국인혐오주의와 결합하는 가장 나쁜 경우가 오고야 말았다. (신)나치의 외국인혐오주의에는 사대주의가 없다. 한국의 외국인 혐오주의는 사대주의와 동전의 양면이다. 이런 점에서 적어도 정신적으로는 이것의 질이 더 나쁘다.

외국인 강사와 한국 여성들의 행각이 혐오스럽긴 하지만 과연 이들만 나무랄 수 있을까? 서양 남자들에게 ‘뿅’ 가서 몸 바치는 한국 여성들은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오늘 우리의 자화상일 뿐이다. 자격 없는 외국인 강사들이 1년에 50명의 여성들과 자면서 불법영업을 할 수 있는 것도 책임 있는 당국이 단속할 생각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세태는 온 국민에게 영어를 강요하는 정부와 지배계층의 뿌리깊은 사대주의가 빚어낸 필연적인 결과다. 서양 남자를 흠모하여 제 몸을 바치는 여자와, 서양 문물을 흠모하여 고유 문화를 죽이는 정부 관리들의 정신은 근본적으로 똑같다. 젊은 처녀가 나이트클럽에서 서양 남자를 꾀려고 혈안이 되는 것이나, 나이든 관리가 서양 기업가에게 잘 보이려고 굽실거리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 그만큼 온 나라가, 온 민족이 자신감과 긍지라곤 없이 자기 것을 버리고 남의 것을 취하기 위해 거의 ‘종교적’ 헌신으로 매진하고 있는 이 때에, 재주껏 돈 벌고 즐기는 외국인 강사와 금발의 달콤함에 취한 한국 여성들에게 과연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으랴.

과연 지배층이 합심하여 저항하였더라도 일본이 조선을 먹을 수 있었을까. 혹 먹었더라도 우리를 그렇게 함부로 다루지는 못하였을 것이다. 친일파가 나라를 바칠 때 그들은 어차피 세계 정세가 이러하니 이 길만이 우리가 살 길이라고 했다. 지금은 세계화 시대이니 이에 편승하는 것만이 살 길이라 하여 모든 기준을 영어 성적으로 삼는 지금의 기업가, 관리, 지식인들의 논리와 무엇이 다른가. 요즘 와서 친일파 단죄가 잘못되었다느니, 일제가 근대화를 시켜주었다느니 하는 논리들이 힘을 얻고 있는 것도 이런 세계화 논리와 무관하지 않다.

정신 차리자. 우리가 우리를 업신여기면 남은 더 업신여기는 법이다. 외국인을 공격하지 않으려면 스스로에게 먼저 긍지를 가져야 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남을 사랑할 수 있다.

김영명 한글문화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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