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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영웅시대’내달 조기종영/ 시작도 마무리도 졸속…비난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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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영웅시대’내달 조기종영/ 시작도 마무리도 졸속…비난 자초

입력
2005.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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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거부 의사까지 밝혔던 최불암 유동근 등 출연 배우들이 20일 박종 MBC 제작본부장과 이재갑 드라마 국장의 ‘조기종영에 대한 사과’를 받아들여 MBC ‘영웅시대’의 마지막 세트 촬영을 무사히 끝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16일 부대변인 성명과 국회 사회·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조기종영 외압설을 제기하고 나서는 등 이 드라마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3월 1일 70회로 끝나는 ‘영웅시대’의 조기종영에 이환경 작가가 "여권의 압력을 받았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이 무서운가"라고 밝힌 것처럼 외압이 작용했는가? 아니면, MBC 주장처럼 시청률 등을 고려한 판단에 불과한가?

일부에서는 "MBC 드라마 중 유일하게 시청률이 20%가 넘는 프로를 시청률이 낮다며 끝내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한다. ‘영웅시대’는 최불암 정욱 유동근 등이 투입된 2부부터 10% 중반의 안정적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조기종영 결정 후 오히려 시청률이 급반등했다는 게 근거. MBC가 내세운 낮은 시청률과 부정적인 시청자 반응, 높은 제작비 부담에 비해 부진한 광고매출 등이 자연스럽게 해결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조기종영 결정을 강행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것.

반면, MBC 관계자들은 "조기종영은 1월 초에 결정했고, 그때까지는 시청률이 20%를 넘지 못했다. 회당 제작비가 2억원이 넘게 들어가는 대작 드라마의 경우 20% 이상의 시청률이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의 경쟁력 상실로 2004년 광고매출이 전년대비 344억원이나 감소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설명이다.

현재까지는 외압설 여부에 대한 진위확인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MBC가 ‘영웅시대’ 기획단계부터 조기종영 결정에 이르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한 점은 명백하다. 지난해 초 이환경 작가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를 제안했고, MBC는 이를 수용했다. 이 과정에서 실존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가져올 파장이나 문제점에 대한 세밀한 검증이 없었다. 이미 SBS ‘야인시대’를 통해 편향된 정치적 시각을 드러낸 바 있는 작가 한 사람에게 한국경제발전사에 대한 해석과 평가를 일임한 것도 위험을 자초했다. MBC의 이런 ‘졸속기획’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이명박 서울시장에 대한 미화와 사실왜곡 논란 등 부작용을 낳았고, 이를 통제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렇듯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영웅시대’에 매달린 것은 ‘용의 눈물’ ‘야인시대∥’ 등을 통해 이씨가 스타작가로서 거둔 흥행 실적에 대한 높은 기대치 때문. "MBC는 원래 50회가 넘는 드라마를 방영해본 적이 별로 없다. 이 작가가 ‘시청률 30%를 넘기지 못하면 언제든 방송을 중단해도 좋다’고 말해 이를 믿었다"는 박종 제작본부장의 말은 이를 뒷받침한다.

결국 노조를 비롯한 내부 불만과 외부 비판에 비해 시청률이 상대적으로 낮자 MBC는 곧바로 조기종영을 결정해 버렸다. 더구나 정치성향에 따라 ‘영웅시대’에 대한 호불호가 달라지고 있는 민감한 상황에서 조기종영에 대한 분명한 이유를 밝히고 시청자들에게 사과를 구하는 절차마저 간과함으로써 논란과 오해를 증폭시켰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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