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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소리 열린 공간 2005' 프로젝트/ 미술관에 간 음악회…'소리'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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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소리 열린 공간 2005' 프로젝트/ 미술관에 간 음악회…'소리'를 본다

입력
2005.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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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을 나온 음악은 보통 음악회장에서 연주된다. 작곡가와 연주자, 청중이 음악으로 만나는 공식 장소는 콘서트홀이다. 그러나 ‘음악은 콘서트홀에서’라는 오랜 관습은 진작에 진부해졌다. 자기만의 방이나 콘서트홀이 아니더라도 도처에 음악이 널려 있고, 이른바 ‘음악적인’ 소리와 일상의 소음 같은 ‘비음악적’인 소리를 구분짓는 경계도 모호해졌기 때문이다.

대학로의 마로니에미술관 제 1 전시실에서 18일 시작된 ‘작은 소리 열린 공간 20

05’ 프로젝트는 음악을 비음악적인 공간으로 옮겨 낯설게 듣는 독특한 체험이다. 바닥과 천장, 벽이 모두 시멘트로 되어 있는 이 공간은 본래 미술품 전시장이지 음악을 연주하기에 적합한 장소는 아니다. 굳이 이런 장소를 택한 데 대해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구성한 프로그래머 김정희씨는 "음악적 공간과 비음악적 공간의 경계는 움직일 수 없는 그 무엇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들어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라고 설명한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유기체로서 사운드와 공간의 탐구’다. 소리가 ‘보이고’ 공간이 ‘움직인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기 위해 음악가, 건축가, 미술가, 디자이너들이 머리를 맞대고 준비했다. 3월 5일까지 6개의 공연과 4개의 워크숍이 이어진다. 공연은 장영규 한옥미 이태원 강준일 최우정 이신우 등의 작품을 소개하는 음악회이며, 영상이나 시의 공동작업을 포함한 것도 있다. 워크숍은 ‘방과 극장 그리고 소리’라는 큰 주제로 건축가와 음악가, 미술가들이 각자의 작업에 대해, 또 서울이라는 대도시의 일상 속에서 그런 작업이 갖는 의미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고 난상토론을 벌이는 자리다.

전시장이지만 미술품은 없다. 무대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눈에 보이는 건 사방 벽을 따라 천장부터 바닥까지 일정 간격으로 길게 늘어뜨린 검은 천들, 바닥에 벽돌을 쌓고 스펀지를 깔아 길고 널찍하게 만든 여러 개의 의자 대용 설치물, 네 귀퉁이의 대형 스피커, 군데군데 조형물로 세운 사각의 철망 기둥, 그리고 구석에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피아노 한 대뿐이다. 스펀지를 깐 벽돌의자와 검은 천은 소리를 흡수하는 일종의 음향 보완 장치이고, 피아노는 누구나 마음대로 만져보라는 놀잇감이다. 관객들은 어슬렁거리다가 아무데나 걸터앉아 쉬든지 음악을 듣든지 하면 그만이다. 전시장 같지도 않고 공연장 같지도 않으니 어리둥절할 만 하지만, 이는 ‘미술관=전시장’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리기 위한 의도적인 공간 변형이다.

공연은 18~20일 장영규의 작품으로 시작했다. 마니아층을 거느린 인디밴드 어어부 프로젝트의 괴상하고 통쾌한 노래들, 빡빡머리 춤꾼으로 유명한 현대무용가 안은미의 무용음악, ‘반칙왕’ 등의 영화음악을 만든 바로 그 작곡가다. 안은미와 함께 했던 10여 년 간의 작업 중 2000~2004년에 만든 무용음악을 재구성해서 5개의 소품으로 선보였다. 트럼펫과 호른, 타악기가 문 닫히는 소리, 뭔가 떨어지는 소리, 기계 마찰음 등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사운드와 함께 어떤 패턴을 반복하는 미니멀한 음악에 추상적인 영상이 보태졌다. 일상적이고 추상적인 소리의 파편들로 이뤄진 이런 음악은 오늘날 우리에게 음악이 어떻게 다가오고 또 생산되는지 되돌아보게 했다. 프로그램 노트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은밀하게 혹은 아무렇지 않게 길거리의 티끌처럼 널려있는 것들이 그에게는 음악이다"라고.

◆ 대학로 마로니에미술관에서 공연하는 이번 프로젝트의 남은 일정은 다음과 같다. 문의 (02)760-4603

음악회 *모두 저녁 7시에 시작

▦LA DANSE ‘For you’ 22, 23일. 한옥미의 작품 연주회. 젊은 시인 강정의 시낭송이 함께 한다. 키 60cm의 구체관절 인형 둘도 소품이 아닌 출연자로 등장한다.

▦피아노마당 ‘고사리손’ 24일. 이태원 정현수 고영신이 각각 그림책 ‘엄마마중’ ‘토끼의 소원’ 등으로 작곡한 피아노음악 연주회.

▦히브리 멜로디 3월 3일. 최우정의 작품을 앙상블 TIMF(통영국제음악제앙상블)가 연주한다. 영화 ‘거울 속으로’의 김성호 감독이 영상으로 참여한다.

▦5개의 소품 3월 5일. 작곡가 이신우의 소품 연주회. 피아노, 바이올린, 노래가 영상과 함께 한다.

워크숍

▦도시와 극장/방과 극장 24일 오후 2~6시. △도시와 극장=이신우(작곡가) 서현(건축가) 이경분(독문학, 음악학) △방과 극장=정경영(음악학) 최우정(작곡가) 김헌(건축가)

▦방으로부터 나온 작업들 25일 오후 2~5시. 장영규(작곡가) 김광수(건축가) 이형주(미술가)

▦대도시 워킹/반복과 차이의 아름다움 26일 오전 11시~오후 6시 30분. △대도시 워킹=홍영인(미술가) 김성호(영화감독) 유석연(건축가). △반복과 차이의 아름다움=문성준 한옥미(작곡가), 송재호 정기용(건축가), 박용석(미디어아티스트), 모임 별(영상그래픽디자인, 음악가 집단)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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