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한나라당 염창동 당사와 당 홈페이지엔 ‘노무현 대통령께’라는 오프라인, 온라인 편지함 2개가 동시에 설치됐다. 박근혜 대표 등 소속 의원과 당원, 그리고 국민의 격려와 당부의 편지를 모아 노 대통령 취임 2주년이 되는 25일 청와대에 전달하기 위해서다. 편지함엔 "국민과 함께 대통령에게 먼저 손 내밀고 때로는 이끌며 대한민국 살리기에 앞장서겠다"는 다짐도 적혀 있다.
신선한 광경이다. 정쟁으로 얼룩진 한국 정치사에서 야당이 현직 대통령을 격려한 사례는 별로 없었다. 항차 지난 2년 내내 노 대통령과 극단적 대립 각을 세웠던 한나라당이 "대통령의 과거에 대한 평가보다는 선정(善政)을 위한 지혜를 담아 달라"고 의원들과 국민에게 당부하는 모습은 생소하기까지 하다. 일단은 상생의 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가상한 노력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물론 "지도부가 야당의 본분을 잊었다", "‘쌍꺼풀 수술은 참 잘했다’고 쓰겠다"며 냉소를 보내는 의원도 적지만, 있다. 또 당 홈페이지엔 "격려로 사탕발림한 비판이 진짜 목적일 것", "국민 눈속임을 위한 쇼 아니냐" 등 한나라당의 의도를 폄하하는 글이 꽤 올라 있지만 굳이 쳐다보고 싶지 않병?.
한나라당은 "이번 행사를 일회성 이벤트로 끝내지 않고 실질적인 당의 변화와 여야 관계의 발전으로 이어가 진정성을 입증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여기엔 말뿐 아니라 진심으로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는 여권의 자세변화도 수반돼야 한다. 여야가 무 정쟁을 선언한 데 이어 지난주 대정부 질문이 유례없이 순탄하게 끝난 지금, 정치권은 어느 때보다 평화 무드다.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들이 상생 정치의 첫걸음으로 기억되기를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
최문선 정치부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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