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방문 중인 중국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동선이 주목된다. 북한의 6자회담 불참선언 이후 중국 고위층으로는 처음으로 방북한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담판을 지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왕 부장은 19일에 이어 20일 잇따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북한 핵심 당국자와 만났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하지만 왕 부장이 이틀 연속 김 상임위원장을 만난 것은 그만큼 양국 간 의견차가 크다는 방증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관례상 왕 부장은 김 국방위원장을 예방해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이는데 북한 핵 사태에 대한 사전 조율이 여의치 않은 것 같다는 것이다.
왕 부장의 방북은 6자회담의 향방을 가름할 첫 단추가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6자회담의 중재 역할을 자임해 온 중국으로선 북한의 핵무기 보유와 6자회담의 좌초를 간과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때문에 왕 부장이 설득을 위한 ‘당근’만이 아니라 대북 압박 카드를 제시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한국 미국 등의 기대와 달리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상당하다. 특히 중국 내부에서는 북한을 회담에 복귀시키려는 중국의 노력이 실효성이 없으며 중국 지도부도 "많은 것을 걸고 북한을 설득하는 데 치중하는 것을 꺼린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중국 전문가를 인용, "중국이 북핵 위기국면을 맞아 국제 외교무대에서 큰 승리를 얻을 조건이 갖춰진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정부 내에서는 이런 낙관론이 동조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을 설득할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중국의 압력이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도 미국이 과다할 정도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지렛대를 강조하고 나선 것에 대해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북한체제 인정, 적대관계 해소 등 북핵 해결 카드는 여전히 미국이 쥐고 있는 데도 중국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미국에 향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중국에 떠넘기고, 궁극적으로는 조정자로서의 중국의 위상에 타격을 가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또 미국의 고민을 중국 정부가 공유하게 만들어 중국을 복잡한 국제관계 속에 얽어넣으려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중국 정부 일각에서는 미국의 힘을 북한 쪽으로 분산시켜 동북아에서 대만 문제에 전념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복잡한 계산까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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