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는 우산, 살이 부러졌다고 그냥 버리긴 아깝죠."
주부 박외숙(30·서울 양천구 신정동)씨는 아름다운가게가 주최한 제 2회 아름다운 재활용 상품 공모전에 아동용 비옷을 출품, 대상을 받았다. 망가진 우산을 앙증맞은 망토형 비옷으로 변신시킨 것이었다.
지난 16일부터 서울 대학로 제로원 디자인센터에서 열리고있는 수상작 전시회 ‘되;살림 전’에서 이 비옷은 꼬마 관람객들이 입어보고 사진찍기에 바쁜 최고 인기 상품. 공모전 출품 전에는 박씨의 4살된 아들이 직접 입고 다녔다.
"아이가 비 맞으며 뛰노는 걸 좋아해서 비옷을 사주고 싶었는데 너무 비싼 거예요. 초등학생용은 1,2만원이면 사는데 유아용은 되래 5,6만원씩 해요. 그때 망가져서 버리려고 했던 우산이 문득 떠올랐어요."
우산 천은 방수가 된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작품은 일사천리로 만들어졌다. 아이의 동화책에 나오는 빨간망토를 입은 고양이를 염두에 두고 천을 우산살에서 떼어냈다. 8쪽으로 되어있는 커다란 원형 우산천에서 2쪽을 잘라내 모자를 만들었다. 나머지 분량은 목이 들어갈 구멍을 낸 뒤 앞섶부위에 찍찍이(벨크로)를 달아 양 끝을 이어붙였다.
망가진 우산 한 개로 훌륭한 아동용 비옷을 만드는데 들어간 비용은 찍찍이 값 500원이 전부였다.
"물자가 흔해선지 요즘 아파트 단지내 쓰레기통을 보면 쓸만한 물건도 그냥 버려지는 게 너무 많아요. 안타깝죠. 아이가 ‘엄마는 왜 맨날 쓰레기통을 뒤지냐’고 눈치를 주기도 하지만 저는 그런 걸 보면 그냥 주워와요. 조금만 생각하면 재활용해서 쓸 수 있거든요."
박씨외에도 이번 전시회에 나온 수상작들은 ‘되;살림 전’이라는 주제에 맞게 무심코 버려지는 물건들에 상상력을 덧칠해 새로운 생명을 선사한 것으로 감탄을 자아낸다. 우수상 수상작인 CD케이스로 만든 아트타일(최은영 출품)은 CD수납장으로, 훌륭한 벽걸이 장식용으로 손색이 없다.
CD케이스를 이어붙인뒤 전체 크기에 맞는 종이에 장식적인 일러스트를 그리고 이를 CD크기대로 오려서 케이스안에 순서에 맞춰 넣으면 커다란 모자이크형 아트타일이 된다.
장려상을 받은 종이롤 심지조명(윤지혜 이주연 공동출품)은 다쓰고 버려지는 키친타월 심지에 구멍을 뚫은뒤 안쪽에 전구를 고정시킨 단순한 아이디어. 그러나 투박한 종이심지 구멍에서 은은히 배어나오는 조명빛은 놀랄만큼 선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역시 장려상을 받은 코크보드(이종욱 출품)는 나무보드위에 와인코크를 촘촘히 붙여 만든 것으로 젊고 기발한 발상이 돋보인다.
올해 재활용공모전에는 모두 370점이 출품됐으며 디자인의 독창성과 실용성, 상품화 가능성 등에 초점을 맞춰 모두 8개의 수상작을 냈다. 선정된 작품중 일부는 아름다운가게에서 상품으로 개발돼 판매된다. 공모전 홍보담당 조현경씨는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이지만 갈수록 참여열기가 높아지고 남녀노소로 관심인구도 다양화하는 추세라 기쁘다"고 말했다.
이번 수상작 전시회는 3월 1일까지 계속 열리며 전시기간중 매주 금,토요일에는 재활용 종이 만들기 체험교실도 열린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