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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형제 폐지의 이상과 법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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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형제 폐지의 이상과 법 감정

입력
2005.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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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폐지 특별법안이 국회 법사위원회에 상정됐다. 사형폐지법안은 이미 15대 국회에서부터 제출됐지만 이번에는 여야 재적의원 과반수가 법안 발의에 동참, 사형 폐지론이 확산되는 추세를 반영한다. 법안 통과를 기대하거나 예상하기는 이르지만, 사회 전체가 어느 때보다 진지한 토론을 하는 기회가 되기 바란다.

사형제도의 정당성을 둘러싼 본격적 논란은 서구에서는 18세기에 시작됐다. 우리는 이보다 이른 15세기 조선 세조 때 왕이 사형폐지를 거론한 기록이 있을 정도로 동서고금 모든 사회가 논란과 고민을 거듭한 문제다. 오늘날 사형을 폐지한 나라는 110개국을 넘어선데 비해, 그대로 둔 나라는 80여개국이다. 그러나 실제 모든 범죄에 대한 사형제도 자체를 없앤 나라는 70여개국이고, 나머지는 범죄에 따라 달리하거나 사형선고를 하지 않는다. 그만큼 존폐 여부를 간단하게 선택하기 어려운 것이다.

생명의 존엄성을 앞세운 사형 폐지론의 이상은 존중해야 한다. 사형으로 범죄를 억제할 수 없고, 오판과 정치적 악용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 또한 설득력을 지닌다. 그러나 사형제 논란은 애초 종교와 법철학, 형사정책 등을 모두 넘어선 영역에 속한다. 어떤 명분도 극악한 범죄자는 사회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일반의 법감정을 뛰어넘기 어렵다. 다수 여론은 물론이고 사법부와 검찰이 폐지에 반대하는 것을 불합리하다고 탓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특히 사형제도가 사상ㆍ정치범 처단에 악용된 과거에 집착, 폐지를 서두르는 것은 피해야 한다. 제도 자체의 문제와 운용상 과오는 구별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 법감정은 일반 흉악범죄에 대한 응보 내지 방어 수단을 지키려는 심리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여러 과도적 대안을 모색하는 열린 토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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