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익태 선생의 유족들이 18일 공식적으로 "애국가 저작권에 대한 모든 결정을 한국민에게 맡긴다"고 밝힌 것은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애국가도 돈 주고 사야 하느냐’며 반발하는 네티즌들이 요구하듯 저작권을 한국에 기증할 수도 있고, 행자부가 문화관광부의 요청대로 유족들로부터 저작권을 사들일 수도 있다.
안 선생의 외손자인 미구엘 익태 안(29)씨는 20일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인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아직까지 한국 정부나 국민으로부터 어떠한 요청이나 의견도 받지 못했기 때문에,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따라서 저작권을 포기하거나 파는 것, 그 밖의 다른 어떤 방법도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국민들 사이에 애국가를 바꾸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 고 밝혔다.
애국가의 저작권은 작곡가 사후 50년까지 권리가 인정되는 저작권법에 따라 2015년까지 유효하다. 로리타 여사는 1992년부터 애국가의 저작권 관리를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위탁했고, 이에 따라 협회는 그동안 프로스포츠 경기나 TV 방송의 시작과 끝에 나오는 애국가에 대해 저작권료를 징수해왔다. 지난해 그 비용은 약 800만원이었다.
기왕에 저작권료를 내고 있는데도 최근 다시 이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달부터 시행에 들어간 개정 저작권법이 온라인상의 음악전송권을 실연자(가수, 연주자)와 음반제작자에게만 부여함에 따라 네티즌들의 음악파일 복제나 전송이 금지됐기 때문. 네티즌들은 이러한 규정이 인터넷상의 자유로운 소통과 정보교환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반발하면서 ‘그럼 애국가도 돈 내고 사용하란 말이냐’고 항의하고 있다.
여기에 문화부가 지난 5일 행자부에 애국가 저작권의 일괄구입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더욱 거세게 반발, 홈페이지와 블로그에 애국가를 배경음악으로 올리는가 하면 애국가 저작권을 한국국민에게 선물해달라고 유족에게 요청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차라리 애국가를 다시 만들자는 과격한 주장도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는 한 나라의 국가는 개인이 저작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적 자산이 아니라 공공재라는 견해와 함께 개정 저작권법에 대한 불복종 의지가 바탕에 깔려있다.
그러나, 정부의 애국가 저작권 구입에 반대하거나 유족의 권리포기를 요구하는 주장이 옳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애국가의 저작권 또한 존중돼야 하며, 유족에게 그 권리를 포기하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는 것이다. 다만 애국가를 번번이 돈 내고 사용하는 것은 국민 감정상 받아들이기 힘든 점이 있으므로, 정부가 저작권을 사들여서 국민들이 무상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한편 안 선생의 부인 로리타 여사는 현재 자서전을 집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익태기념재단은 올해 안익태작곡상의 본선 심사(구체적 일정은 미정)에 맞춰 여사를 초청할 계획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 안익태 선생 유족 공식성명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애국가 저작권 논란 %소식을 접하고 저희 가족은 큰 슬픔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에 저희 가족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힙니다.
애국가는 항상 사용되어 왔고, 저희 가족은 애국가가 한국 국민들의 것이라고 이해하기 때문에 어떤 보상도 한국에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저희는 앞으로도 애국가 사용에 관해 한국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받아들일 것입니다.
저희 가족 또한 한국인이기 때문에 언제나 한국이 잘 되기를 기원합니다.
사랑을 담아, 안익태 가족 드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