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무서운 기세로 1,000포인트에 근접하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세계 최고의 상승률을 보이며 이미 500포인트를 돌파했다. 국내외 증권사들은 우리 증시가 드디어 500~1,000포인트의 장기 박스권을 탈출, ‘대세 상승기’로 접어드는 길목에 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1,000포인트만 돌파하면 500포인트까지 떨어졌던 과거의 학습효과가 개인투자자들을 망설이게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 저금리로 주식형 펀드에 돈 몰려
펀드 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은 고민 중이다. 대한투자증권 남명우 부장은 "과거 종합지수가 900포인트를 돌파하면 주식형 펀드 투자자들의 대규모 환매 요청이 쏟아졌지만, 이번에는 ‘더 오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아직 보유하는 고객들이 많다"며 "그러나 한편으로는 너무 높은 지수가 부담돼 신규 가입 신청도 드문 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높은 지수에도 불구하고 주식형 펀드 수탁액은 꾸준히 늘고 있다. 이달 14일에는 11개월 만에 주식형 펀드 수탁액이 9조원을 돌파했다. 저금리로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진 게 가장 큰 이유다.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은행 이자를 고집하느니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고수익을 추구하겠다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전문가가 운용하는 펀드에 가입할 경우 주식시장에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손해가 날 확률이 적은 것도 장점이다. 물론 전문가들은 펀드에 가입할 때도 주식을 살 때 종목을 선정하는 것처럼 주의를 기울여 골라야 손실을 보지 않는다고 조언한다.
자신에게 맞는 펀드를 고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투자 스타일을 정확히 파악하고 목표 수익률을 정하는 것이다.
안정성을 중요시하는 투자자들은 ‘정기예금 금리+알파’를 추구하는 채권형 상품에 가입하는 게 바람직하고 일시적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더 큰 수익을 기다리겠다는 투자자들은 공격적인 포트폴리오를 가진 장기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 주가 부담되면 대안 펀드 활용을
요즘처럼 높은 주가 지수와 채권 금리 급등으로 펀드 가입이 망설여질 경우에는 주식형 펀드 가입 때 거치식이 아닌 적립식으로 가입하거나 기타 대안 펀드들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적립식 펀드는 적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면서도 분산투자 효과로 위험을 크게 낮춰 증권사 뿐 아니라 은행권에서도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목돈 마련’이 아닌 ‘목돈 굴리기’가 목적이라면 거치식으로 가입하되, 장세 변화에 따라 아무 때나 환매할 수 있도록 수수료를 미리 내는 ‘선취형 펀드’에 가입하거나 장세에 따라 서로 다른 성향의 펀드로 운용할 수 있는 ‘엄브렐러형 펀드’에 가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펀드 스타일별로는 배당주 펀드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국내 기업들의 순이익이 대폭 늘어나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영향으로 배당 성향도 강해지면서 수익률도 크게 높아졌다. 기업의 성장성보다는 안정성을 위주로 투자하기 때문에 경기에 민감하지 않고 안정적인 수익을 낸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적 펀드의 범주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원금 보존을 추구하면서도 6개월 만에 연 8~15%의 고수익을 노릴 수 있는 주가연계형펀드(ELF)나 6~7%의 수익을 일정 기간마다 고정적으로 배당 받는 선박펀드, 부동산 펀드 등 틈새 상품도 저위험 상품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펀드에 가입하더라도 주식형의 경우 주가 급락 때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함 없다.
따라서 과거 수익률이 높았는지는 물론 오랫동안 큰 변동이 없었는지, 수탁 규모는 적정한지, 펀드매니저가 누구이며 최근 바뀌진 않았는지 등을 반드시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
자산운용협회 홈페이지(www.mak.or.kr)나 펀드 평가사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다양한 펀드를 미리 비교해 볼 수 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 펀드투자 일문일답
Q 펀드 통장에 ‘잔고좌수’라는 칸이 있던데 이게 뭔가요?
A 펀드는 투자한 주식이나 채권을 직접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수익증권이라는 것을 발행해 투자자에게 나눠줍니다. 주식시장에서 주식의 단위를 ‘주’라고 하듯 펀드에서는 수익증권의 단위를 ‘좌'라고 표시합니다.
Q ‘기준가’가 1,000원에서 왔다 갔다 하는데 무슨 뜻이죠?
A 펀드가 처음 생겼을 때 1좌의 가격은 1원입니다. 그러나 편입한 주식이나 채권의 가치가 높아져 해당 펀드의 수익증권 가치가 오르면 1좌의 가격도 오르게 됩니다. 이렇게 주가처럼 수익증권의 가치를 1,000좌 단위로 표시한 것을 기준가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기준가 1,000원인 펀드에 가입했는데 수개월 뒤 1,100원이 됐다면 1좌의 가치가 1원에서 1.1원으로 늘어났으므로 10%의 수익이 난 것을 의미합니다.
Q 운용사 판매사 수탁사가 모두 다르던데 어디로 가야 하나요?
A 펀드는 은행 예금과 달리 운용은 자산운용사에서, 판매는 은행 증권 보험 선물회사에서, 수탁은 은행에서 맡습니다. 펀드를 가입할 때는 판매사 지점을 찾아가야 하지만, 고를 때는 운용사의 능력을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Q 3년 만기 적립식 펀드에 가입했는데, 만기 전에는 해약할 수 없나요?
A 상당수 판매사들이 적립식 펀드를 은행 적금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마치 은행 상품처럼 만기까지 매달 일정금액을 붓도록 권유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펀드는 적금과 달라서 수개월만 지나면 만기 이전이라도 환매 수수료를 물지 않고 마음대로 해지할 수 있습니다. 매달 적립 금액도 자유롭습니다. 단, 최근 설정된 적립식 펀드의 경우 환매 수수료 징수 기간을 1년 정도로 크게 늘린 경우도 있으므로 사전에 확인해야 합니다.
Q 여러 펀드의 수익률을 한번에 비교해 보고 싶습니다.
A 자산운용협회(www.amak.or.kr)에 가시면 국내에서 운용되는 거의 모든 펀드의 기준가와 수익률을 볼 수 있습니다. ‘실현수익률’은 보수를 제외한 수익률을 1, 3, 6개월 및 1, 2, 3년 기준으로 나타내 장·단기 수익률을 손쉽게 비교할 수 있습니다. 해당 펀드의 포트폴리오 구성이나 위험도 등을 알아보려면 제로인(www.funddoctor.co.kr) 등 펀드평가사 홈페이지를 방문하시면 됩니다.
Q 채권형 펀드는 안전하다고 하던?8데 오히려 손해가 났어요.
A 2000년 7월 이후 채권 가격에 대한 시가 평가가 시작되면서 채권 가격도 주가처럼 매일 등락을 하게 됐습니다. 채권 가격은 금리 방향에 큰 영향을 받는데, 최근처럼 금리가 급등할 경우 채권 가격이 떨어지므로 일시적으로 펀드 수익률도 마이너스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채권은 주식과 달리 분기마다 확정 이자를 받고 채권형 펀드 매니저는 이를 재투자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손실을 보더라도 장기간 보유하면 회복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최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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