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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둥이 결국 '風波'/ "일류대 나와 방송 일" 여성 5명 농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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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둥이 결국 '風波'/ "일류대 나와 방송 일" 여성 5명 농락

입력
2005.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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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외모와 언변을 밑천으로 자신이 명문대 출신의 방송국 직원인 것처럼 속여 5명의 여성들을 농락하고 수 천 만원을 받아 가로챈 ‘2005년판 카사노바’가 경찰에 구속됐다.

편부 밑에서 어렵게 살다 고교 2학년을 중퇴한 후 막노동 등으로 어렵게 지내던 김모(28)씨는 2002년 3월 인터넷 채팅을 통해 유치원 교사 A(25·여)씨를 알게 됐다. A씨는 꽃미남인 김씨에게 한눈에 끌렸다. 특히 연애 초기 김씨가 A씨의 전화를 받고 "S대에서 운동 중"이라고 대답을 하자 A씨는 김씨를 S대 출신으로 오해하게 됐다. A씨의 오해가 싫지 않았던 김씨는 급기야 "그 대학을 나와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사귄 지 1개월 만에 경기 수원시의 한 모텔에서 성관계를 맺었고, 서로 결혼을 약속할 정도로 관계가 급속히 가까워졌다.

그러나 김씨는 같은 해 4월 또 다른 유치원 교사 B(25·여)씨를 사귀게 됐다. 김씨는 B씨에게 "드라마 세트를 디자인하는 방송국 일을 하고 있어 주말에 바쁘다"며 평일에 만났고 A씨와는 주말에만 만나 교묘한 ‘줄타기 연애’를 이어갔다. 주말마다 B씨는 차로 김씨가 일한다는 서울 여의도 방송국 정문에 김씨를 내려줬고, 김씀씨는 B씨가 간 것을 확인한 뒤 방송국 후문으로 나가 ‘주말 파트너’인 A씨를 만나는 치밀함을 보였다. 또 김씨는 A씨의 신용카드를 빌려 B씨에게 선물을 사주고 B씨의 신용카드로는 A씨에게 선물을 줘 양쪽 모두에게 환심을 샀다.

김씨의 이중 생활이 꼬리가 잡힌 것은 같은 해 9월 김씨의 서울 영등포 집에 들른 B씨가 A씨의 전화를 받게 되면서 였다. 김씨는 상대 여성을 만나지 않겠다고 두 여인에게 다짐을 하면서도 "관계를 정리하는데 필요하다"며 돈을 더 받기도 했다. 김씨가 방값과 정리비용 등을 이유로 두 여인에게 빌린 돈은 A씨가 6,000여만원, B씨가 1,285만원에 이르렀다.

김씨의 애정 행각은 ‘양다리’만으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1월 김씨가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입원한 서울 신촌의 한 병원에 A씨 B씨 두 여인뿐 아니라 또 다른 20대 여성 3명이 한꺼번에 병문안을 왔다. 김씨의 ‘문어발 연애’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김씨는 나머지 3명의 여성 중 1명에게 이미 8,000만원을 빌리고는 갚지 않아 피소된 적이 있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18일 김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현재 그는 뇌출혈 후유증으로 오른쪽 팔과 다리가 마비된 상태이다.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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