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림출판사에서 펴내는 보림한국미술관 시리즈는 우리나라의 옛 미술품을 보는 눈을 틔워주는 입문서다. 초등학생부터 미술감상을 처음 시작하는 어른까지 두루 볼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는 이 시리즈는 작품 하나하나를 자세히 보고 느끼는 것으로 시작해서, 거기에 깃든 옛사람의 생각과 그 시대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까지 이른다.
낯선 곳을 여행할 때 훌륭한 길잡이가 그러하듯, 이 시리즈는 친절하고도 충실하게 독자를 우리 옛 미술의 세계로 안내한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이렇게 보라, 저렇게 보라’ 하고 꼬치꼬치 일러주거나, 미술사와 표현기법 같은 전문적인 설명을 줄줄 풀지 않고,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고 느낄 여유를 주면서 조심스레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장정과 편집도 정성스럽다. 펼치면 무릎을 다 덮고도 남는 큼직한 판형에 여백을 넉넉히 두면서 시원스럽게 도판을 앉히고 설명을 붙여서 일단 눈으로 보기에 편안하고 고급스럽다. 도판과 활자, 여백을 배치한 전체적 모양새가 조촐하고 멋스럽다. 부드러운 미색 바탕의 한지 느낌이 나는 종이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 손가락이 전하는 촉감도 기분이 좋다.
‘선비의 벗 사군자’(문인화 1)는 이 시리즈가 네 번째로 선보인 책이다. 앞서 나온 세 권 ‘우리땅 진경산수(진경산수화 1), ‘꽃과 새, 선비의 마음’(화조화), ‘사계절의 생활풍속’(풍속화)과 마찬가지로, 이번 책도 은근하게 화려하고 조용한 품위를 지니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의 사군자는 옛 선비들이 덕성의 상징으로 사랑해서 정신수양 삼아 즐겨 그렸던 소재다. 이번 책은 조선 중기부터 구한말까지의 사군자 그림을 40여 컷의 도판으로 소개하고 있다. 주로 선비들이 그린 것들이고, 직업 화가인 단원 김홍도와 겸재 정선, 철인(哲人) 군주이자 예술적 소양이 뛰어났던 정조 임금의 그림도 들어있다.
본문 설명은 이를테면 같은 매화 그림이라도 그린 이에 따라 표현과 느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찬찬히 살피고 나서 왜, 어떤 뜻과 마음으로 그렇게 그렸을지 헤아려본다. 이런 식으로 그림과 나란히 글을 따라가다 보면 사군자를 그리던 옛 사람의 마음과 그 시절의 삶에 자연스럽게 가서 닿게 된다. 이 책은 천천히 읽어야 한다. 찻잎을 우려서 차를 마시듯 느긋하게. 그래야 맛과 향이 온전하게 느껴진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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