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황제’ 유승민(23·세계 5위)이 중국의 왕하오(22·세계 3위)에게 무릎을 꿇었다.
유승민은 18일 경기도 부천 사회체육관에서 열린 ‘KT&G 세계 톱랭커 초청 탁구 페스티벌’ 둘째날 경기에서 중국의 왕하오(세계 3위)와 6개월만에 리턴매치를 벌였으나 1-3(13-15, 11-5, 2-11, 10-12)으로 패했다. 지난해 아테네 올림픽 결승에서 왕하오를 제치고 16년만에 금메달을 안겼던 유승민은 한·중 양국의 자존심이 걸린 이날 대결에서 고배를 들어 상대 전적에서 2승6패의 열세가 됐다.
강력한 포핸드 드라이브(유승민)와 라켓양면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이면타법(왕하오)이 충돌한 이날 경기는 초반부터 접전이 펼쳐졌다. 유승민은 올림픽 뒤 부상 후유증을 딛고 지난 달부터 유럽챔피언리그 SVS클럽 임대선수로 뛰면서 6전 전승을 기록하는 등 컨디션이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올림픽 때 보여준 투혼과 기량에는 아직 못 미쳤다.
첫 세트를 내준 게 결정적 패인이었다. 유승민은 왕하오의 잇단 실책을 이용, 8-3으로 앞서갔지만 구질이 까다로운 이면 타법에 점수를 잃으면서 9-9 동점을 허용했다. 이후 듀스 접전속에 13-13에서 롱 랠리 끝에 2점을 연속 내줘 13-15로 첫 세트를 빼앗겼다.
2세트 들어 공수의 안정을 되찾은 유승민은 11-5로 승리했다. 하지만 3세트에선 백핸드 대결에서 밀린데다 컨디션 난조까지 겹쳐 2-11로 세트를 내줬고, 4세트에서도 왕하오와 듀스접전을 벌었으나 마지막 포핸드 드라이브가 실패, 10-12로 졌다.
유승민은 "리드를 잡고도 느슨한 마음과 범실 때문에 왕하오에게 져 아쉽다. 더 큰 경기에선 왕하오를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커트기술의 귀재인 주세혁(세계 19위)은 이날 칼리니코스 크레앙가(그리스·10위)와 접전 끝에 3-2로 이겼다. 오상은(KT&G·세계 22위)은 2003세계선수권 챔피언 베르너 쉴라거(오스트리아·8위)에게 0-3으로 패했다.
이날 경기에 앞서 세계정상급 스타들의 탁구묘기가 펼쳐져 경기장을 찾은 1,000여 탁구팬들을 즐겁게 했다. 한국팀과 세계팀의 대결로 진행된 경기에서 유승민은 파워 넘치는 드라이브를 과시했고, 이에 왕하오가 드라이브에 응수하며 롱랠리를 펼쳤다. 이어 등장한 주세혁과 쉴라거는 공 2개를 번갈아 치는 우스꽝스러운 경기로 폭소를 자아냈고 선수 3명이 한꺼번에 몰려 나와 한 명과 대결하는 진기 명기도 선보였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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