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형과 기동형 헬기를 동시에 개발·생산하는 한국형 다목적 헬기(KMH)사업이 기동형 헬기만 개발하는 한국형 헬기 개발사업(KHP)으로 축소돼 올해 말 본격 착수된다. 국방부는 18일 "기동형 헬기를 우선적으로 생산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3월까지 사업계획을 수립, 국회와 정부 승인을 거친 뒤 9월까지 국내·외 협력 업체를 선정하고 12월초 사업에 본격 착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당초 공격형과 기동형 헬기를 동시에 개발·생산키로 했으나 사업비 과다 등의 문제제기로 지난달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기동형 헬기만 우선 개발키로 했다. KMH개발사업단 박성국(예비역 중장) 단장은 "연구개발비 1조2,000억원과 대당 생산비 150억원 등 이번 사업에 모두 5조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10년까지 연구개발을 완료해 2011년부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MH사업이 KHP로 축소됨에 따라 사업비가 당초 예상했던 10조~30조원에서 5조원으로 감소, 국민부담이 줄게 됐지만 전력공백 문제가 새로운 숙제로 대두됐다. 또 사업축소에도 불구하고 경제성 문제는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있다. 국방부는 올해 협력업체를 선정하는 등의 사업일정을 밝혔지만 이 같은 논란으로 한국형 헬기의 앞날이 밝지 만은 않아 보인다.
◆ 사업축소되기까지 = KMH사업은 육군이 운용 중인 헬기들이 대부분 1970~80년대에 도입된 것으로 노후화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는 2001년 군의 문제제기에 따라 시작됐다. 2003년 9월 ‘향후 30년간 국산 헬기 500대를 생산한다’는 KMH사업 추진계획안이 승인되면서 사업은 본격화했다. 현재 운용 중인 헬기 가운데 500MD 소형 공격형 헬기와 AH-1S 중형 공격형 헬기, UH-1H 기동형 헬기를 도태 시키는 대신, 신형 기동형 299대와 공격형 178대 등 총 477대를 개발·생산한다는 것이 주내용이다. 국방부는 사업비로 개발비 2조원과 양산비 8조원 등 10조원 내외를 잡았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이 사업비가 터무니없이 늘어날 가능성을 제기하고 경제성에 관한 의문도 커지면서 사업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KMH사업은 감사원 감사까지 받게 됐고 "사업비가 38조원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으며 해외에서 도입할 경우 더 경제적"이라는 결론이 내려진다. 이에 따라 정부 종합점검팀이 떴고 사업이 원점에서 재검토되면서 지난달 NSC가 경제성과 개발사업의 위험성 등을 고려해 기동형 헬기만 우선 개발키로 했다.
◆ 전력공백 없나 = 정부종합점검팀은 KHP로 사업을 축소하면서 기동형 소요대수 및 군 요구성능과 함께 공격형 헬기의 공백 대책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우리 군의 주력헬기 가운데 수송용으로 90년대에 도입한 UH-60 기동형 헬기를 제외하면 500MD 소형 공격형 헬기 250여대가 76~88년, AH-1S 중형 공격형 헬기 70여대가 80년대말, UH-1H 기동형 헬기 130여대가 63~78년에 도입돼 대부분 너무 낡았다. 노후헬기가 본격적으로 도태되기 시작하는 2008년부터는 당장 전력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물론 새로운 KHP에 따라 2011년부터 신형 기동형 헬기의 양산에 들어간다면 기동형 헬기에 대한 전력공백 문제는 크지 않다. 현재 운용 중인 헬기 200여대가 2012년에 도태되는 등 2011년까지는 도태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격형헬기다. 이에 대해 KHP사업단 측은 기동형 헬기를 개발하면서 기술력이 확보되면 공격형 헬기 개발로 바로 이어질 수 있으며 그동안 생기는 전력공백은 외국에서 렌트하는 방식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 남는 문제들 = 한국개발연구원(KDI)은 KMH사업에 대해 양산규모가 300여대가 돼야 경제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린 적이 있다. 이에 따라 기동형으로 250대 미만을 생산할 경우 경제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HP사업단이 추정하고 있는 기동형 헬기 사업비는 개발비를 포함해 대략 5조원. 그러나 개발과정에서 비용은 2배 이상 늘어난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헬기개발 사업을 추진한 다른 국가의 예를 보더라도 구매가 아닌 개발의 경우 비용은 당초 예상보다 터무니 없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또 공격형과 기동형 헬기를 병행개발키로 했던 KMH사업이 기동형 헬기만 개발·양산하는 사업으로 축소됨에 따라 기술 국산화율이 당초의 70% 이상에서 50% 이상 수준으로 내려갈 전망이다. 국내 방산 수준의 제고라는 당초 의도가 그만큼 퇴색한다는 의미다.
김정곤기자 kimjk@hk.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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