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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인터넷 기업 미국식 M&A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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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인터넷 기업 미국식 M&A 파문

입력
2005.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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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인터넷기업 라이브도어가 민영방송 후지TV에 미국식 공격적 M&A(인수·합병)를 시도해 엄청난 파문이 일고 있다.

인터넷 포털·증권회사 라이브도어는 지난 10일부터 라디오회사 닛폰(日本)방송의 주식 매집에 나서 18일 현재 38%를 장악한 최대 주주가 됐다. 닛폰방송이 후지TV와 최대 지분을 상호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닛폰방송을 통한 후지TV의 간접 지배도 넘보는 상황이다.

이에 맞서 후지TV는 22.5%였던 닛폰방송 지분율을 25%로 끌어올려 닛폰방송의 후지TV에 대한 의결권 자체를 소멸시키려 하고 있다. 상호 보유 관계의 지분이 25%를 넘으면 의결권이 자동 소멸되는 일본 상법 규정에 착안한 것이다.

라이브도어는 닛폰방송 지분을 51%로 늘리고 증자를 단행해 후지TV의 지분율을 더 낮춰버리겠다는 전략이지만 후지TV의 결사항전으로 라이브도어 주가가 올들어 최저치로 떨어지는 공방전이 이어지고 있다. 32세의 호리에 다카후미(堀江貴文·사진) 사장이 이끄는 라이브도어는 지난해 프로야구 긴테츠구단 인수전에 뛰어들어 화제를 모은 뒤 계속 일본 경제계의 관행을 파괴하는 충격을 던져왔다.

라이브도어의 닛폰방송 주식매집 자금 800억엔은 미국 투자회사 리먼브A러더스가 댔다. 과거 스프트뱅크의 손정의(孫正義) 사장이 세계적 미디어왕 루퍼트 머독과 손잡고 아사히(朝日)그룹 지주회사 주식을 매집했다가 되파는 대신에 아사히와 사업제휴에 성공했던 사례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후지TV는 "제휴나 협상은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호리에 사장의 의도가 후지TV의 경영권 장악인지 사업제휴인지, 아니면 주가 차익을 노린 머니게임인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후지TV 계열사인 산케이(産經)신문은 18일 사설로 "언론은 이익을 올리는 것이 최대 목적인 일반 사업회사와는 다르다"고 호리에 사장을 비판했다.

호리에 사장은 "내가 안 했어도 미국의 어느 투자 펀드가 했을 일"이라며 "신문이 떠들거나 새 교과서를 만든다고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고 코웃음을 친다. 후지-산케이 그룹의 계열 출판사인 후소샤(扶桑社)가 우익 역사교과서를 낸 것을 비웃은 것이다.

라이브도어와 후지TV 공방은 장외 주식매집에 의한 미국식 M&A에 대한 일본의 미비한 법 규정, 신문사가 라디오를 만든 뒤 TV로 확장해온 일본 언론의 특수한 소유관계 등도 잘 보여주고 있다. 라이브도어가 무가지 창간 계획을 밝힌데서도 나타나듯 인터넷기업이 미디어사업을 지향하는 세계적 조류를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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