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TV에서 방영한 ‘말괄량이 삐삐’는 참 재미있었다. 한 손으로 번쩍 말을 들어올리는 천하장사, 금화가 잔뜩 든 가방을 갖고 있는 부자, 온 동네 아이들의 대장노릇 하는 씩씩한 개구쟁이, 장난기 가득한 주근깨 투성이 얼굴에 양 옆으로 뻗쳐 올라간 말총 머리의 소녀.
전세계 어린이들이 사랑하는 이 캐릭터를 만들어낸 사람은 스웨덴의 아동문학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사진)(1907~2002)이다. 삐삐는 그의 첫 작품 ‘삐삐 롱스타킹’의 주인공이다. 아동문학 작가로는 거의 유일하게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곤 했던 그는 이 작품 말고도 ‘사자왕 형제의 모험’ ‘미오, 나의 미오’ ‘라스무스와 방랑자’ 등 많은 명작을 남겼다.
장편동화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은 린드그렌에게 바치는 작품이다. 내용은 대도시 변두리에서 엄마와 단 둘이 사는 소녀 ‘비읍이’의 정신적 성장기인데, 모든 사건과 생각에 린드그렌의 작품 이야기를 녹여넣은 독특한 형식으로 되어있다.
엄마가 노래방에서 부른 ‘말괄량이 삐삐’ 노래를 계기로 ‘삐삐 롱스타킹’과 린드그렌을 알게 된 비읍이는 린드그렌의 책을 하나하나 찾아 읽으면서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진다. 뭐든지 린드그렌의 작품 속 주인공처럼 상상해보고, 고민이나 사건이 있을 때마다 린드그렌 선생님께 편지를 쓴다. 이 책은 무척 재미있고 발랄하다. 가끔 킥킥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외로움이나 인간에 대한 예의 같은 진지한 생각거리도 던진다. 이 책을 읽은 어린이들이 비읍이처럼 당장 린드그렌의 책을 찾아나서지 않을까.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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