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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산에…거리에…PC방에 '나뒹구는 軍기밀'/ "아무나 봐라?" 군기빠진 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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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산에…거리에…PC방에 '나뒹구는 軍기밀'/ "아무나 봐라?" 군기빠진 보안

입력
2005.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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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중요 군사기밀 자료가 길거리에 마구 흩어져 다니고 야산에서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다. 국방부와 나라의 주요 기밀이 줄줄 새고 있는 것이다. 18일 국군기무사령부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보안유출 사고의 사례들은 보안을 생명으로 하는 군에서 발생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황당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기무사는 군사기밀은 민(民)과 군(軍)이 합심해서 지켜야 보안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러한 사례를 공개하며 민간인의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본 일반인들은 "군기가 ×이 됐다"는 자조섞인 한탄과 함께 사병들에 대한 보안교육 강화 등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1 육군 OO사단에서 사단 작전예규 서류를 분실했다 부대 인근 숲 속에서 민간인이 뒤늦게 발견한 사건이 있었다. 2001년 작전처 지휘통제 장교인 A중위가 군사3급 기밀인 사단 작전예규를 군 인쇄소에서 수송하는 과정에 사단이 빚어졌다. 급히 달리던 승용차가 과속방지턱을 통과하면서 뒷좌석에 실려 있던 서류가 흩어졌고, A중위가 이를 정리하려고 뒷문을 열자 서류가 차 밖으로 쏟아졌다는 것이다. 운전병과 함께 도로 위에 흩어진 서류를 대충 주웠지만 일부 서류가 도로변 숲 속으로 날아갔고, 이를 민간인이 습득해 부대에 신고하는 바람에 보안유출 사건이 들통났다.

2 경기 양주시 백석읍 도로상에서 2004년 8월 민간인 이모(60)씨가 군사 기밀서류 5종이 철해진 바인더를 길가 나무 덤불 속에서 발견해 관계기관에 신고해 왔다. 기무부대 조사 결과 이 서류 바인더는 군사기밀2급 서류로 육군O군단 소속 B중사가 을지포커스렌즈(UFL)연습 사전대비 훈련 때 부주의로 잃어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3 2004년 연말에는 경기 구리시 C(29)씨가 자신의 PC방 컴퓨터에서 일반군사자료 2건(A4용지 10매 분량)을 발견해 관련부대에 신고하기도 했다. 기무부대의 조사결과, 육군 O군단 소속 D상병 등 2명이 업무 차 시내에 나왔다가 소속 부대에 급히 보고할 문서를 작성하느라 PC방에 들러 컴퓨터를 사용한 뒤 자료를 삭제하지 않은 채 부대로 복귀해 일어난 사고로 확인됐다.

4 서울 양화대교 인근 한강둔치 주차장의 승용차 안에서도 군사지도가 발견됐다. 산책을 나온 시민의 신고로 회수된 이 지도는 10만분의 1 축척 군사지도로 육군 OO사단 E대위가 부대에서 가지고 나와 개인 승용차에 싣고 다니면서 오랫동안 방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5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야산에서는 2004년 4월 군사지도 3매와 투명도(병력·시설 등을 그린 투명한 비닐) 1장이 발견됐다. 산나물을 채취하던 주민이 발견한 이 지도는 산악훈련 중이던 인근 부대에서 분실한 것으로 추정됐을 뿐 어느 부대에서 유실했는지는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이들 대부분의 상황이 우리의 ‘선량한 민간인들’에 의해 군부대로 정보가 복귀됐기에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문서와 지도 등이 자칫 잘못 활용됐더라면 우리의 군부대 및 군사장비의 배치 등을 모두 바꿔야 하는 ‘국방부적인 상황’으로 이를 뻔 했다는 것이 군 자체의 판단이다.

기무사 관계자는 "보안교육을 강화하고 있지만 군사보안 유출사고는 민간인의 신고와 고발에만 의지할 수는 없다"면서 "이번에 보안유출 사례를 공개한 이유도 일반인의 신고·고발을 활성화하기 위한 측면이 있지만 당연히 군의 보안의식에 대한 충실한 교육과 군기를 허술히 한 관련자들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곤기자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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