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끈질긴 생명체인 바퀴벌레가 멸종될 지 모른다. 미국 코넬대 연구진은 암컷 바퀴벌레가 수컷을 유인할 때 뿜는 향기인 성(性) 페로몬을 이용해 바퀴벌레를 박멸시킬 수 있다고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를 통해 17일 발표했다.
웬델 로엘로프 코넬대 교수팀은 저먼 바퀴벌레 암컷 1만5,000마리에서 추출한 성페로몬의 화학 구조를 밝히고 이를 인공적으로 합성하는데 성공했다. 인공 성페로몬에 대해 수컷들이 실제와 동일한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바퀴벌레 성페로몬은 1993년 노스 캐롤라이나 대학 연구진에 의해 확인된 이후 많은 과학자들이 추출과 합성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바퀴벌레 박멸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암컷의 성페로몬으로 수컷을 유인해 끈끈이에 붙게 하거나 유독 물질을 묻힌 미끼로 끌어들인 후 다른 바퀴벌레에게 독을 퍼뜨리게 하는 것. 이런 식으로 수컷들이 먼저 사라지면 교미대상이 없는 암컷이 후사를 보지 못하고 그 역시 사라지게 된다. 곤충의 성페로몬을 이용한 방법은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효과를 극대화한 구충법으로 주목 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바퀴벌레 전문가인 마이클 러스트 캘리포니아 대학 교수는 "훌륭한 연구 결과이나 바퀴벌레의 약 80%가 성적으로 미숙하기 때문에 성페로몬을 이용한 박멸 방법이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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